이 기사는 01월 30일 10: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 첫날 시초가에 공모주를 매입한 후 차익을 실현하는 '공모주 피커'들이 돌아오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로 공모가가 대폭 낮아지자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케팅 솔루션업체 오브젠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30일 '따상'에 성공했다. 따상은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되고 주가가 상한가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오브젠은 이날 시초가가 공모가(1만8000원)의 두 배인 3만6000원에 형성됐다. 이후 장 초반 가격 제한폭(30.0%)까지 오른 4만6800원까지 올랐고 이후 오전 10시 주가가 소폭 내리면서 25% 상승한 4만5000원대에 거래됐다. 마케팅 솔루션 개발 사업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AI 테마주로 주목받았다.
증권가는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던 오브젠이 따상에 성공한 것은 의외라고 평가한다. 오브젠은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 경쟁률이 98 대 1로 저조했다. 그 결과 공모가를 희망 가격(1만8000~2만4000원)의 하단인 1만8000원에 결정했다. 청약 경쟁률은 6대 1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주가가 오른 것은 '공모주 피커'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7일 상장한 반도체 유통기업 미래반도체가 올해 첫 따상을 기록하면서 오브젠이 분위기를 이어받았다고 보고 있다. 미래반도체는 상장 둘째 날인 30일에도 주가가 25% 가까이 올랐다. 이 회사는 공모가가 6000원이었으나 지난 27일 따상에 성공해 1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고 30일 1만9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공모가 대비 3배 이상 주가가 오른 셈이다.
지난 19일 상장한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업체 티이엠씨도 시장 분위기를 바꿨다. 이 회사는 수요예측에서 3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결국 희망공모가(3만2000~3만8000)의 하단보다 13%가량 낮은 2만8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그러나 상장 후 주가가 오르면서 희망공모가 상단인 3만8000원에 근접했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수요예측 때 공모가를 낮춘 주식들의 투자 매력도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회복되자 공모주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