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권시장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지난해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코스피지수가 이달 최상위 성적을 기록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1월 랠리’다. 외국인투자자는 9년 4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 순매수에 나서며 한국 증시를 끌어올렸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1월 1~26일) 10.92% 급등했다. 미국 S&P500지수(6.18%)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6.07%), 일본 닛케이225지수(6.40%) 등 주요국 증시의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 중 아르헨티나(머발·26.29%), 멕시코(IPC·12.60%)에 이어 3위였다.
‘상저하고’ 전망을 깨고 펼쳐진 1월 랠리는 철저히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6조908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013년 9월 7조6361억원 이후 9년4개월여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외국인은 11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렬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13거래일 연속 순매수 후 최장 기록이다.
외국인이 돌아온 것은 지난해 내내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중국 경기 둔화 등 악재가 올 들어 빠르게 해소된 덕분으로 해석된다. 미국보다 한국, 중국 등의 경기 회복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신흥국 증시에는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은 “침체가 예상된 유럽 경제가 의외로 선전하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도 앞당겨졌다”며 “고공행진 하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기준금리 인상도 상반기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맞물리면서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바닥 논쟁에도 불이 붙었다. 2100선까지 추락한 지난해 10월이 저점이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2600선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기업 실적 전망이 낮아지고 있고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2.9배다. 최근 10년간 평균 PER는 약 10.6배였다.
심성미/구교범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