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고재벌마저 공매도에 당했다…인도 증시 조정 신호탄 되나

입력 2023-01-29 18:04
수정 2023-01-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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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매도 투자회사 힌덴버그 리서치가 인도의 주요 기업인 아다니그룹을 공격한 후폭풍이 거세다. 인도 증시에서 아다니그룹 상장사들의 주가가 폭락해 아시아 최고 부자인 고탐 아다니 회장의 세계 순위가 추락했다. 인도 증시 조정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힌덴버그 리서치가 아다니그룹을 겨냥한 보고서를 공개한 뒤 인도 증시에서 아다니그룹의 7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510억달러(약 63조원) 이상 증발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지난 24일 보고서를 내고 아다니 일가의 페이퍼컴퍼니가 횡령 돈세탁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취약한 재무구조 등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아다니그린에너지, 아다니토털가스 등은 27일 하루에만 가격제한폭인 20%까지 하락하며 하한가를 쳤다.

아다니 회장의 자산은 20%(약 200억달러) 줄었다. 아시아 최고 부자로 한때 세계 3위권에 들었던 아다니의 순위는 이제 7위로 밀렸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작은 공매도 업체가 지구 반 바퀴 떨어진 인도 대기업에 치명타를 날렸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인도 증시 전체로 퍼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게리 두건 글로벌CIO오피스 최고경영자(CEO)는 “가족 경영이 주를 이루는 인도 기업 지배구조가 문제”라며 “지난해 인도 증시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차익 실현 수요도 많아 추가 하락 위험도 크다”고 평가했다. 인도 증시의 주요 지수인 니프티50은 27일 1.61% 하락 마감하며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부진했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 아다니그룹이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장이 허위임을 주장하는 100장 분량의 반박문을 추가로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아다니 엔터프라이즈가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FPO·follow-on public offering)를 마무리하는 31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아다니 엔터프라이즈 주가가 증자 발행가격을 밑돌고 있어 증자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2020년 미국 전기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가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명해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