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진정한 정보기술(IT) 강국이 되려면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설계 소프트웨어(SW)인 캐드(CAD)의 국산화가 시급합니다.”
건설사들은 건물을 지을 때 주로 미국 ‘소프트웨어 공룡’ 오토데스크가 만든 오토캐드(AutoCAD)로 설계 작업을 한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캐드가 저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엄신조 직스테크놀로지 대표(사진)는 설계·디자인 SW 주권이 외국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한국형 캐드인 ‘직스캐드(ZYXCAD)’를 개발했다.
지난 27일 엄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캐드, 포토샵, 오피스 등 유명 SW가 전부 외산 제품”이라며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SW 산업부터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드는 ‘컴퓨터 에이디드 디자인(Computer Aided Design)’의 약자다. 건축, 토목, 전기, 제조 등 전문 설계를 위해 컴퓨터로 점·선·면 형태의 도면을 그리는 SW 도구다. 197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확산하면서 본격적으로 SW시장이 열렸고, 오토캐드가 나오면서 ‘설계 혁명’이 이뤄졌다.
문제는 캐드 시장의 독과점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중국의 SW 자립률은 50%를 넘지만, 한국 시장은 20% 초반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아래아한글 등 특정 SW에 국한된다. 설계 SW는 90% 이상이 외산에 잠식당했다.
엄 대표는 “라이선스 비용 부담이 큰 외산 제품과 달리 직스캐드는 임대 버전과 영구 버전을 모두 제공하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스캐드는 다중 중앙처리장치(CPU) 사용을 지원해 싱글코어만 지원하는 타사 대비 효율이 높고 대용량 작업이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엄 대표는 첨단 인공지능(AI) 연구를 하다가 캐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일대 건축공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AI 기반 설계 편의 기능을 캐드에 탑재하기 위해 연구 중인데 외산 캐드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직스캐드는 오는 4월 조달청 등록으로 공공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