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중국과 관련해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 그라운드 주변을 에워싼 여러 중국 기업의 광고판. 후원광고 금액만 14억달러에 육박한다. 주경기장 건설업체는 중국철도건설이고 경기장 내 에어컨 설비를 수주한 업체는 거리(GREE)라는 가전 메이커다. 월드컵 용품의 70%는 저장성 이우시 기업이 공급했다. 카타르월드컵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월드컵을 즐기는 각국 노(no)마스크 관중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
올해 중국 경제를 네 가지 ‘R’로 조망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Reopening(재개방)’이다. 방역 완화 조치가 발표되자 각 지방정부는 서둘러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해외 출장을 떠나고 있고, 기업인들도 해외 비즈니스를 위한 잰걸음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Real Estate(부동산)’다. 올해 중국 경제 성장의 두 가지 열쇠는 부동산과 소비에 달려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중국은 4조 위안(약 800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으며 경기부양에 나섰다. 그중 많은 돈이 부동산 부문에 흘러 들어갔고, 이는 자산 거품과 기업 부채 확대의 시발점이 됐다. 코로나 발발과 함께 도시 봉쇄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부동산업체들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중국은 지방 재정에서 부동산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코로나 방역으로 정부 재정은 피폐해졌고 지방 곳간은 바닥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부동산 시장에 강한 훈풍이 불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지난 연말 이후 잇달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Retail Sales(소매판매·소비)’다. 지금까지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특히 소비침체가 심각했다. 2021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1000달러를 넘었다. 1만달러 소득은 소비가 확대되는 변곡점이다. 그러나 중국은 3년여에 걸친 코로나 영향으로 소득이 줄었고 저축에만 치중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최저점을 찍은 이후 올해에는 보복성 소비, 국내외 여행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도 예견된다. 최근 개최된 전국재정공작회의에서도 빠른 경제 회복과 소비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네 번째는 ‘Recovery(회복)’다. 중국 정부는 재정, 통화금융, 투자 및 소비 촉진 등을 총망라한 경제 성장 패키지 정책 추진을 통해 경기 부양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가 2%로 돈 풀 여력도 충분하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따른 생산과 물류 차질로 1분기 성적은 바닥을 찍고, 2분기 이후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경기부양책 역시 3월 양회 이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볼 때 연간 성장률은 5%대 초반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수시장 확대라는 호기가 3년 만에 찾아왔다. 글로벌 복합 위기가 증가하는 혼란기는 분명 위험한 시기이지만, 한발 앞서 새로운 현실에 대비하는 기업에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