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PGA 보란듯'…추리닝 입고 뛴 라이더

입력 2023-01-29 17:47
수정 2023-01-30 10:59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웬만해선 규정이나 지침을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오랜 전통을 지키는 게 더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복장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긴바지가 원칙이다. 골프는 단정하고 품격 있는 스포츠란 게 이유다.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건 연습 라운드에서만이다. 그나마 2015년까지는 연습 때도 긴바지를 입어야 했다. 라이벌 격인 리브(LIV) 골프는 최근 대회 때도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지만 PGA는 요지부동이다.

그러다 보니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2·7765야드)에서 열린 파머스인슈어런스 최종4라운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사람이 아니라 ‘바지’였다. 샘 라이더(34·미국·사진)가 흔히 ‘추리닝’으로 불리는 ‘조거(jogger)’를 입고 출전해서다. PGA투어는 바지 길이만 규제 할 뿐 조거 착용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끔 조거를 입고 나온 선수들이 있었다. 리키 파울러(35·미국) 가 2016년 처음 조거를 입었고, 이후 에릭 반 루옌(33·남아공) 등 몇몇 선수가 입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처음이 아닌데도 이번 라이더의 복장이 화제가 된 건 색깔과 길이 때문이다. 통상 남성골퍼들이 입지 않는 적갈색(maroon)에 길이도 짧아 발목 위까지 맨살이 드러났다. 그가 최종 라운드를 시작할 때 2타 차 단독 선두여서 카메라가 줄곧 따라다닌 것도 이목을 끄는 데 한몫했다. 미국 골프 위크는 “라이더 복장은 이날 가장 큰 토론 거리였다”며 “많은 갤러리가 라이더 의 패션을 좋아했지만 몇몇은 정말 싫어했다”고 전했다.

146경기 출전 만에 우승을 노린 라이더는 이날 3오버파 75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4위에 그쳤다. 공동 4위 명단에는 임성재(25)도 올랐다. 이는 그가 올 시즌 PGA투어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임성재의 마지막 톱10 기록은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7위)이었다.

우승컵은 라이더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했던 맥스 호마(33·미국)가 가져갔다. 호마는 최종라운드에서 만 6언더파를 몰아치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호마는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뽑아내며 우승 경험이 없는 라이더를 압 박했다. PGA투어 통산 6승. 우승상금은 156만6000달러(약 19억3000만원) 다. PGA투어는 다음달 2일 개막하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900만 달러)으로 이어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