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패션 브랜드의 대명사인 구찌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에 30대 신진 디자이너가 발탁돼 패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럭셔리그룹 케어링은 구찌의 새 CD로 사바토 데 사르노(39)를 임명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사르노는 오는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가을·겨울 패션쇼에서 데뷔할 예정이다.
구찌는 지난해 11월 간판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미켈레 CD가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2015년 발탁된 미켈레 CD는 구찌의 디자인을 총괄한 지 4년 만에 매출을 40% 이상 늘리는 등 구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의 디자인은 유행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에 따라 기업 주가가 LVMH 등 다른 럭셔리 기업에 비해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엄격한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구찌의 아시아 매출이 하락한 것이 CD 교체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미켈레가 구찌를 떠난 뒤 다른 유명 디자이너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사르노가 CD로 발탁되면서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구찌에 합류하기 전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돌체&가바나, 발렌티노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리더십 자문회사 에곤젠더의 장 비네론 컨설턴트는 “미켈레도 처음 구찌에 합류할 때는 무명이었다”며 “규모가 작은 브랜드는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지만 메가 브랜드인 구찌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최고경영자(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르노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에서 일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며 “구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팀을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