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최영욱 (59)은 예술가가 아니라 학원 원장의 길 을 택했다. 그가 학교 앞에 차린 입시미 술학원은 ‘대박’을 쳤다. “홍대 미대 입 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을 배출한 학원” 이란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원장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 았다. ‘영영 작가의 꿈이 멀어지는 것 아 닐까’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국 그 는 2000년대 초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뉴욕의 무명 화가’가 된 그의 눈에 어 느 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구석에 놓인 달항아리가 들어왔다. 뭔가 ‘한방’ 이 있지만 관람객들은 눈길도 주지 않 는 그 달항아리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 했다. 그렇게 달항아리를 지켜보다 보 니, 시간이 흐르면서 도자기 표면에 생 긴 불규칙한 균열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균열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생을 닮 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 은 최 작가는 2007년부터 달항아리를 그린 뒤 거기에 균열 무늬를 넣은 ‘카르 마(業)’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명 생활은 길지 않았다. 2011년 빌 게이츠 재단이 그의 그림을 세 점 구입 한 뒤 작품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하나 은행이 서울 을지로에서 운영하는 미 술품 보관·전시공간 ‘H.art1(하트원)’에 서 그의 작품 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다음달 10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