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최고 피플사이언스책임자(CPSO), 최고수익책임자(CRO)…. 기업들이 기존에는 없던 독특한 ‘C레벨’ 보직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사업을 추진
하면서 생겨난 직책들이다. 스타트업들은 다른 회사의 ‘리드급’ 인재를 영입할 때 스톡옵션을 주는 대신 그럴싸한 C 레벨 보직을 제안하기도 한다.
식자재 유통 회사 마켓보로는 지난해 말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직책을 신설하고, 강진 전 카카오 검색서비스 셀장을 영입했다. 여행 플랫폼 업체 트립비토즈, 동영상 커머스 스타트업 인
덴트코퍼레이션 등도 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CDO 보직을 뒀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는 네이버 출신인 박은정 최고과학책임자(CSO)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AI 업체들은 연구개발(R&D)이 중요하고, 새로운 논문이 나오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전담 책임자가 필요하다”고말했다.
가상인간 솔루션을 개발하는 라이언로켓은 지난해 말 제홍모 전 스트라드비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최고연구책임자(CRO)로 영입했다. 근로자 성과관리 플랫폼 업체 레몬베이스는 CPSO라는 특별 보직을 만들기도 했다. CPSO는 근로 성과와 관련한 문헌과 사례를 연구하고 서비스에 접목하는 역할을 한다.
‘핀셋(맞춤형) 보직’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다. 가상 사무공간 플랫폼 업체 오비스와 기업용 채팅 프로그램을 만드는 센드버드는 최고수익책임자(CRO) 자리를 신
설했다.
CCO로 불리는 최고커머스책임자와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는 브랜딩과 마케팅 등을 담당한다. 무신사는 쿠팡 출신인 최재영 CCO를 커머스 부문장으로 임명했고, 인플루언서 커머스
플랫폼 마플코퍼레이션은 브랜딩 전문가인 이효진 전 플러스엑스 공동대표를 지난달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로 선임했다.
기업들이 독특한 C레벨을 늘리는이유는 다양하다. ‘최고책임자’라는 직책을 부여해 책임성을 강화한다. 벤처업계의 잦은 이직 문화가 C레벨을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회사의 C레벨이나 스타트업의 조직장을 칭하는 리드급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선 비슷하거나 상위 보직을 제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재를 영입하면서 스톡옵션 제공 대신 C레벨의 새 보직을 만들어 ‘당근책’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