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때 사측의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는 국내의 ‘갈라파고스 규제’ 때문에 파업에 따른 근로일수 손실이 막대하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가 나왔다.
경총은 먼저 대체근로를 금지한 때의 파업 기간이 허용할 때에 비해 58.6% 길었다는 캐나다 조사 결과를 들었다. 이어 최근 10년간(2010~2019년)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일수 손실에서 한국이 39.2일을 기록해 일본(0.2일)의 196배, 독일(4.5일)의 8.7배, 미국(8.3일)의 4.7배에 달한다고 했다. 경총은 이들 나라가 파업 때 사측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대체근로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파업에 따른 근로일수 손실이 우리보다 현저히 적다고 봤다. 미국은 대체근로를 완전 허용하고 있으며, 일본과 독일은 파견근로자에 한해서만 대체근로를 금한다.
반면 노조 쟁의에 대항할 수 있는 사측 권리는 유난히 제한적이다. 파업 때 사측의 신규 채용·대체근로 등을 원천 금지하는 법제는 1953년 도입된 이후 70년째 요지부동이다. 반면 근로자 권리는 지난 정부 때 선진국 수준으로 강해졌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과 노조법 개정으로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가능해졌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도 도입됐다. 노사 운동장이 뒤집어질 판이란 하소연이 과장이 아니다.
정부는 고용세습 요구, 불투명한 회계, 건설현장 월례비 강요 등 노조 횡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대체근로 허용,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인정 등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 글로벌 복합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