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만큼 ‘재미있는 것’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도 없다. 인터넷 덕분이다. 밤새도록 읽고, 보고, 들어도 끝나지 않는 콘텐츠가 잔뜩 쌓여 있다. 그런데도 ‘인생이 즐겁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워 오브 펀>의 저자 캐서린 프라이스도 그랬다. 어느 날 밤이었다. 언제나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문득 눈을 뗐는데, 어린 딸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아기는 엄마를 올려다보고 있고, 엄마는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참한 기분이었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임종을 맞을 때 평생 시간을 낭비했다는 기분을 느낄 것인지, 아니면 태양 아래에서 보낸 찬란한 순간을 떠올린 것인지.”
왜 현대인들은 공허함 외로움 지루함 무력감에 시달릴까. 저자는 ‘가짜 재미’에 탐닉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짜 재미는 대개 수동적 소비에서 나온다. 멍하니 TV나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는 일 등이다. 코로나19 유행 전 미국 성인들은 평균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1년이면 거의 60일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4분의 1이나 된다. 태블릿과 TV, 비디오 게임기 등을 포함하면 이 시간은 더 늘어난다. 저자는 묻는다. “솔직히 취미 생활을 하거나 파트너, 가족, 친구 등과 직접 만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는가?”
‘살아 있는 기분’은 재미있고 즐겁게 살 때 나온다. 여기서 재미는 ‘진정한 재미’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진정한 재미를 “장난기, 유대감, 몰입의 결합”이라고 정의한다. 수동적 소비와 반대되는 적극적인 행위이고 경험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전거로 대륙 횡단 여행을 하는 일 등이다. 꼭 거창하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 저자는 ‘남편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차에 친구들을 가득 태우고 다 함께 ‘보헤미안 랩소디’를 목청껏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온 일’을 진정한 재미를 느꼈던 예로 들기도 한다.
재미를 우선시한다는 게 꼭 한량처럼 논다는 뜻은 아니다. 일과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 창의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과학적 아이디어는 산책하거나 동료와 잡담을 나눌 때 떠오르곤 한다. 양자역학에 기여한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파동 방정식을 고안한 것도 스위스 알프스로 2주 반 동안 크리스마스 휴가를 갔을 때였다.
2008년 한 연구진이 재즈 음악가들에게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안에 들어가도록 특별히 설계된 피아노를 연주하도록 했다. 즉흥 연주할 때의 뇌 활동은 음계 연주를 하거나 암기한 곡을 연주할 때와 확연히 달랐다. 우리가 쉰다는 명목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건 뇌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대로 쉬는 게 아니라고 책은 설명한다. 뇌를 피곤하게 하고, 쓸데없는 정보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할 뿐이다.
책의 뒷부분은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한 일곱 가지 방법을 담았다. 그중 하나는 마음가짐이다. 여행이나 취미 등 여러 활동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에 집중해야 하고, 판단이나 자의식을 버려야 한다. 결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재미가 찾아들 공간을 마련할 것도 권한다. 물리적으로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과 함께 정신적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시간과 관심을 예산이라고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뉴스나 이메일 확인 같은 중요하지 않은 활동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떨어뜨린다. 특히 하루 중 가장 생산성이 높은 아침 시간엔 휴대폰과 인터넷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제목과 달리 재미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재미가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았는지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휴대폰을 비롯한 현대의 기술들이 어떻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지, 어떻게 여기서 벗어날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저자가 2018년 미국에서 펴낸 <휴대폰과 헤어지는 법>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이 재미없다’고 느낀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여러 책과 연구 결과들이 논하고 있는 내용을 잘 정리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