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30~40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빨리 노쇠해지는 첫 세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26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개최한 '노인 건강 관리 정책 방향' 원탁회의에서 한국 노년기 건강관리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숫자 나이와 생물학적인 신체 나이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뭘 먹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서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30~40대를 포함한 성인들의 '가속 노화'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가속 노화란 나이보다 신체 노화 정도가 빨리 진행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는 "젊은 시기의 가속 노화는 장년기의 만성 질환과 노년기의 기능 저하를 앞당기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며 "3040세대를 비롯한 '젊은 성인'의 가속 노화가 미래의 의료 이용과 돌봄 수요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가속 노화의 주된 요인들은 긴 출퇴근 시간, 불안정한 커리어, 재정 악화, 거주지 불안 등 일반적 스트레스다. 또한 가공식품이나 초가공 식품에 대한 상시 노출도 있다. 초가공 식품은 식품첨가물 함량이나 당도가 매우 높고, 원재료를 알기 어려운 가공식품을 말한다. 과자·소시지 등이 대표적이다.
중독성을 높이는 플랫폼 경제에 노출돼 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점도 가속 노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튜브·넷플릭스·틱톡 등의 영상 플랫폼 사이트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수면을 박탈당하는 때가 많은 탓이다. 나아가 정 교수는 디지털화 등의 업무 고도화를 따라잡기 어렵고 메신저·이메일로 상시로 업무와 관련된 연락에 시달려 마음을 다스리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2020년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3040세대의 가속 노화의 간접적 근거로 제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의 58.2%, 40대 남성의 50.7%가 비만이다. 40대 남성의 고혈압 유병률(31.5%)은 98년 이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다. 그러나 3040세대의 고혈압·당뇨병 등의 인지율이나 치료율이 50% 미만에 그친다.
정 교수는 가능한 한 젊은 시기부터 자연스러운 신체활동과 운동·금연·절주, 절제된 식사, 마음 챙김, 스트레스 관리, 회복 수면, 영적 건강 등으로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노화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관리를 통해 70대 중반까지 초기 노년기에 장기 노화가 덜 진행되고 질병·약 노출이 적으며 일상생활에서 근육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해야 성공적인 노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노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