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화장품이 아니라 '기대감'을 판매합니다"

입력 2023-01-27 12:05
수정 2023-01-27 13:03
■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홍성태



‘침대는 과학’이라는 에이스의 슬로건은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예전에는 보통 가구를 장만할 때 장롱, 화장대, 침대 등을 세트로 사곤 했지만, 우리 인생의 3분의 1을 침구에서 지낸다면, 그 잠자리는 굉장히 편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에이스는 침대를 살 때 가구의 일부분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기가 막힌 발상이었다.
노자의 말씀 중에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 대화의 맥락으로 풀어보면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갖는 고착개념의 반대(反)로 가는 것(者)이 도(道)의(之) 운동(動) 방식’이라는 뜻이다.

도(道)라는 것은 세상의 진리고 정답인데, 정답이라는 것을 잘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고착개념의 반대로 가는 길이다. 이때 염두에 둘 게 있다. 으레 기존의 고착개념과 반대되는 생각을 찾으려고만 하는데, 무조건 거꾸로 갈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왜(innocent why) 사람들이 우리의 제품을 원하는지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마음으로 질문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깊게 고민해야만 통찰력 있는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일단 본인의 사업에 대해 사람들이 가진 고착개념이 무엇이지 생각해보고, 그걸 무조건 부정해보자.

______은 ______가 아닙니다. ______입니다.

그러면 업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그리고 본질을 찾는다는 것은 자기 나름으로 브랜드를 정의하는 일이기도 하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죽은 ‘환자식’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 “건강식입니다.”
본죽은 그렇게 정의했다.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는 신발’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 “도전정신입니다.”
나이키는 ‘일단 해봐(Just do it)’라는 말로 도전정신을 표방했다.

“컴퓨터는 ‘계산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 “창의력입니다.”
애플의 브랜드 개념인 창의력을 보여주는 말이 그 유명한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인데,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을 영어로 말한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라 하면 뻔하게 떠오르는 고착개념을 일단 부정해보자.

“우리는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라 정의하면 좋을까? 고객이 ‘왜’ 화장품을 사려는 거지? 아마도 아름다움을 돋보이려는 기대감에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기대감’을 판매합니다.”라고 쓰면 어떨까.

실제로 레블론Revlon의 창업자인 찰스 레브슨Charles Revson은 직원들에게 “우리는 공장에서 화장품을 만들지만, 상점에서는 기대감을 파는 겁니다(In the factory, we make cosmetics. In the store, we sell hope)”라는 명언을 남겼다. 판매원이 그 말을 귀담아들었다면 ‘화장품을 팔아야겠다’가 아니라 ‘기대감을 팔아야겠구나’ 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지 않을까.

‘장난감’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일단 뻔하게 떠오르는 고착개념부터 부정해보자.

“우리는 장난감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뭘까? 고객이 ‘왜’ 자녀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싶어 하는가에서 답을 찾아보자.
“우리는 신나게 즐거운 시간(jolly good time)을 판매합니다.”는 어떠한가.

저희는 호화로운 집(house)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락하고 행복한 가정(home)을 판매합니다.
저희는 좋은 침대(bed)를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깊고 달콤한 잠(sleep)을 판매합니다.
저희는 명품(luxury item)을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상한 품위와 유서 깊은 문화(grace and culture)를 판매 합니다.

이제 우리의 브랜드를 대입시켜 답을 찾아보자. 사람들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쳐서 그들에게 ‘꿈과 느낌과 자부심과 일상생활의 편리함 등을 제공하겠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히 멋진 표현을 찾으라는 게 아니다. 사업에 대해 자기 나름의 정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어워드를 처음 받고 나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누군가 가사를 쓸 때 무엇을 가장 염두에 두냐고 물었다. 그때 “저희가 가사 내용을 진심으로 느끼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그리고 청중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것이 멤버 RM의 대답이었다.

업의 본질을 정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나의 확신과 영혼이 업의 본질에 흠뻑 젖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소비자의 마음에 전해질 때 성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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