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난방비, 신축보다 2배 뛰었다

입력 2023-01-26 17:30
수정 2023-02-03 19:26

1970~1980년대 지어진 개별난방 방식의 구축 아파트가 ‘난방비 폭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열 성능이 개선된 신축 단지는 에너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 비해 외풍에 취약한 구축 아파트는 날씨가 추워지면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연식뿐만 아니라 난방 방식에 따라 개별 방식의 난방비가 가장 많이 나오고 이어 중앙, 지역난방 순이었다.

○신·구축 아파트 난방비 ‘격차’26일 아파트 관리업계에 따르면 2018년 입주한 서울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에서 지난달 청구된 평균 난방비는 20만원가량으로 전년 동월의 약 15만원에서 5만원(33%)가량 늘었다.

반면 1978년 입주한 인근 신반포 단지 전용면적 83㎡의 순수 가구 난방비는 같은 기간 10만9760원에서 17만8050원으로 62.2% 급증했다. 두 단지 모두 열병합발전소에서 난방열을 공급받는 지역난방 단지다. 지난해 36%가량의 열 요금이 인상된 가운데 신축보다 구축이 두 배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신반포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021년 12월은 날씨가 춥지 않았는데 작년엔 날씨가 추워서 난방열 사용량을 크게 늘렸다”고 했다.

외풍을 막지 못하는 구축 아파트는 추울 때 실내 온도를 높이려면 신축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신축과 구축은 창호의 기밀성에서 우선 차이가 난다.

강기남 현대건설 건축주택연구팀 책임연구원은 “1970~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에 설치된 나무, 알루미늄 창호는 성능 등급을 매길 수도 없는 수준”이라며 “현재 사용되는 고기능 창호는 밀폐성이 높고 로이유리 등 신소재를 사용해 복사열이 빠져나가는 것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환기 방식도 다르다. 구축은 창문을 열어 찬바람으로 환기를 하는 데 비해 신축 단지는 폐열회수 시스템이 있는 공조 장치로 열손실을 줄이며 공기를 순환시킨다.

시공 기술력의 차이도 단열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980년대와 2000년대 이후의 시공 기술과 감독의 수준 차이가 크다”며 “1980년대 이전에 지은 집은 창틀과 문틀이 미세하게 뒤틀렸거나 단열재가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은 곳이 상당수일 것”이라고 했다. ○개별 난방 구축 아파트 ‘난방비 폭탄’구축 아파트는 벽체의 단열성 미비에 따른 에너지 손실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의 ‘K아파트’를 통해 1979년 입주한 송파구 장미아파트와 2008년 입주한 파크리오의 작년 1월 난방비(급탕비 포함)를 비교한 결과 파크리오 전용 84㎡는 평균 13만6920원이 나온 데 비해 장미아파트 전용 82㎡는 15만3586원가량으로, 약 12% 높았다. 1970년대 이전엔 단열을 건설사 자율에 맡겨 시공 수준이 낮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980년대 초반 규제를 도입한 후 아파트 단열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2017년부터 독일의 패시브하우스(친환경 에너지절감 주택)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건설사들은 단열재를 스티로폼에 가까운 비드법보온판(EPS)에서 고기능 페놀폼(PF)으로 바꾸는 등 성능을 높여왔다. 대우건설은 아현푸르지오클라시티 등에선 외벽에 단열 처리를 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유기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축 아파트는 벽을 통해 손실되는 열량이 구축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앙·개별난방 단지의 에너지 효율이 지역난방보다 낮았다. 중앙난방 단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전용 127㎡의 작년 1월 평균 난방비는 23만9552원이었다. 반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14㎡는 난방비가 14만1132만원에 불과했다. 신축인 데다 난방 방식 중 가장 저렴한 지역난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집마다 보일러를 설치한 개별난방 방식은 중앙·지역난방보다 효율이 낮다”며 “개별난방 방식의 구축 아파트가 추위에 가장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