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전 국민을 '난방 열사'로 만들었나

입력 2023-01-25 17:38
수정 2023-02-02 19:17
전국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 하소연이 속출하면서 난방비 부과 방식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실내 설정 온도를 지난달보다 거의 올리지 않았음에도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어느 쪽의 잘못인지 난방비 폭탄의 책임 소재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1) 누가 언제 요금을 올렸나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비용을 감안해 소매요금을 결정한다. 가스공사가 공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요금을 책정한다는 뜻이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요금은 한국지역난방공사 같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조정한다.

도시가스 요금은 2020년 7월부터 1년8개월간 동결됐다가 작년 4월과 5월, 7월과 10월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현 정부가 출범한 작년 5월 10일 기준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 말기에 두 번,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번 요금이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무적 판단에만 몰두한 채 단계적인 요금 인상을 외면하다가 한꺼번에 요금을 올리면서 ‘난방비 폭탄’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 난방비 얼마나 올랐나도시가스와 열요금은 최근 1년 새 각각 38.4%, 37.8%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같은 양의 가스를 사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난방비는 이 정도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정부는 소비자가 내는 도시가스 요금이 1년 새 월평균 1만1390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이달 난방비가 올랐다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직전 납부한 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가구도 적지 않다.

가스업계는 한파로 난방·온수 사용량이 늘면서 예상보다 가스비 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겨울은 한파가 일찍 찾아오면서 지난겨울보다 훨씬 추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평균기온은 영하 2.8도로, 전년 동기(0.6도) 대비 3.4도 낮았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대개 전년 동기보다는 직전 월에 낸 가스요금과 비교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요금은 훨씬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 왜 우리 집만 많이 올랐나국내 주택의 난방 방식은 중앙난방과 지역난방, 개별난방으로 나뉜다. 2020년 기준 전국 주택 중 52.4%는 개별난방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난방 가구가 22.2%이며, 중앙난방이 16.1%다. 개별난방은 주택마다 설치된 보일러를 통해 난방하는 방식이다. 계절과 관계없이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난방비도 사용한 만큼 부과된다.

중앙난방은 초기 아파트들이 많이 사용한 방식이다. 단지 안에 큰 굴뚝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택 단지 내 중앙보일러실이나 개별 동 지하실 등에 설치한 대형 보일러를 가동해 가정으로 열과 온수를 공급한다.

지역난방은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에 많이 도입되는 방식이다. 대형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고온의 물을 공급받아 아파트 단지 보일러실에 설치된 열교환기를 통해 각 가정에 적정한 온도의 난방을 공급한다.

가스업계는 난방 방식보다도 계량기나 배관 등의 열손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 목동, 상계동 등 지어진 지 수십 년 된 노후 아파트에 적용된 중앙·지역난방은 열손실 증가에 따른 운영 효율 저하로 난방비 폭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스업계의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