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꼽힌 나경원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25일 안철수 의원이 최대 주주로 있는 안랩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에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안랩은 코스닥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9.91%(2만1000원) 치솟은 9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초 이날 7만원대로 출발한 주가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소식이 보도된 오전 10~11시께 8만원대까지 올랐다. 이어 오후 1시 20분께는 가격 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안랩의 최대 주주는 안 의원으로, 그는 안랩 지분의 18.6%(18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은 안 의원의 그간 정치적 행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 누리꾼들은 "땡큐 나경원", "나경원 불출마 대박", "이제 안철수 당대표 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안랩의 상한가는 '친윤(친윤석열)계' 유력 주자 김기현 의원과 안 의원이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맞물려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당대회 레이스 전격 하차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나 전 의원의 표가 안 의원에게 몰릴 것이란 기대를 방증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의원과 손을 잡은 장제원 의원이 나 전 의원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만큼, 친윤계 의원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당원들의 표가 안 의원에게 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2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물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 25.4%, 안 의원은 22.3%로 집계됐다. 두 후보 간 격차는 3.1%로 오차범위 내였다. 나 전 의원은 16.9%였다.
특히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도입된 결선투표를 가정해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이번 조사는 유무선(유선 19.5%·무선 80.5%)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7.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19%포인트(국민의힘 지지층 95% 신뢰수준,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