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올 하반기 문을 여는 '롯데몰 하노이'를 전진 기지 삼아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030년까지 6%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베트남을 롯데의 차세대 해외사업 근거지로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몰 하노이는 'K푸드'를 앞세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의 젊은 중산층을 불러모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한국식 쇼핑몰로 베트남 전통 부촌 공략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오는 8월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상업지구인 떠이혹에 '롯데몰 하노이'를 연다. 롯데몰 하노이는 영업면적 7만3000㎡ 규모의 쇼핑몰이다. 롯데는 쇼핑몰뿐 아니라 호텔과 서비스 레지던스, 오피스 등으로 구성한 복합 단지를 짓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60%를 넘어섰다.
롯데몰 하노이가 들어서는 서호 상권은 베트남의 전통적인 부촌으로 통한다. 인근에 고급 빌라와 아파트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중산층 이상의 소비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롯데는 쇼핑과 미식, 문화 콘텐츠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한국식 쇼핑몰을 앞세워 5년 내 하노이의 중심업무지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호 상권을 공략할 계획이다.
롯데는 이번 쇼핑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F&B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쇼핑몰의 흥행은 사실상 먹거리에 달려있다는 게 롯데의 판단이다. 롯데는 쇼핑몰 3층 한 편을 'K푸드 스트리트'로 조성하기 위해 국내의 유명 맛집들과 입점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을 베트남에 그대로 옮겨 한국 식문화를 베트남 현지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주요 타깃인 베트남 중산층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명품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명품 시계브랜드 태그호이어 유치를 위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프레데릭 아르노 태그호이어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와 스포츠 테마파크 '챔피온 1250' 등 각종 체험 공간도 베트남 최초로 롯데몰 하노이에 들어온다. 롯데 관계자는 "베트남은 날씨가 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 특성상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기 좋은 나라"라며 "롯데몰 하노이를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롯데의 미래가 달린 동남아롯데는 하노이 롯데몰 개점을 시작으로 베트남 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롯데는 베트남의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에도 총 사업비 9억달러(약 1조1100억원)를 투자해 대형 복합 단지를 짓고 있다. 이곳에도 하노이와 비슷하게 쇼핑몰과 호텔, 레지던스 등이 함께 들어선다. 코엑스의 1.5배 크기로 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롯데가 베트남 사업 확장에 사력을 다하는 이유는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롯데는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때 중국에서 100개가 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철수한 상황이다. 롯데는 중국 시장에서 반강제적을 철수하면서 수조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본 뒤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춤하던 롯데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 무대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 회장도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뒤 첫 해외 출장지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낙점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에선 39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