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전기자동차 등 기술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이 기술주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하며 낙관론에 불을 지펴서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바닥론 주장하는 바클레이스23일(현지시간) 나스닥지수가 2.01% 상승 마감한 가운데 반도체기업의 주가 상승세가 돋보였다.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7.59% 오른 191.93달러로 마감했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스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70달러에서 250달러로 올리는 한편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는 “반도체기업 주가가 지난해 10월의 저점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업황 ‘바닥론’을 주장했다.
바클레이스는 다른 반도체기업인 AMD, 퀄컴, 스카이웍스 등의 투자의견도 일제히 비중 확대로 변경했다. 이날 AMD는 9.22% 상승 마감했고 퀄컴은 6.62%, 스카이웍스는 6.36% 올랐다. BNP파리바가 투자의견을 상향한 웨스턴디지털 주가도 8.66% 상승 마감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01% 급등했다.
Fed가 상반기 금리 인상을 멈추고 이르면 하반기 금리 인하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도 꺾이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타격이 컸던 기술주가 최근 반등하며 나스닥 랠리를 이끄는 이유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웃돌면서 기술주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기술주의 선전에 힘입어 이날까지 나스닥지수는 2거래일 연속 2% 이상 상승 마감했다.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거나,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최근 기술주 랠리가 끝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8년여 만에 테슬라 낙관론 최고전기차기업 테슬라를 향한 낙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을 인용, 테슬라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중 64.4%가 매수 또는 비중 확대 투자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2014년 말 이후 8년여 만에 가장 큰 비중이다. 중립 의견은 26.7%, 매도와 비중 축소 의견 비중은 8.9%에 그쳤다. 테슬라 목표주가 중간값은 194달러로 이날 테슬라 종가(143.75달러)보다 26% 높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 등이 반영되면서 테슬라 주가는 지난 6일 장중 101.81달러까지 밀렸다. 낙관론자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지배력이 여전히 강하고, 강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른 전기차기업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날 루시드에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2달러를 제시했다. 루시드는 12.79% 상승한 8.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킹알파에 따르면 루시드의 매수 투자의견 비중은 3개월 전 35%에서 현재 55%로 커졌다. 리비안(11.52% 상승) 퀀텀스케이프(6.86%) 블링크차징(7.6%) 등의 주가도 대폭 상승했다.
성상훈/이고운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