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11억 명 이상이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는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감염률이 80%를 넘었기 때문에 가까운 시점에 대규모 2차 파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망자 수 축소 등 중국 통계 신뢰성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집단면역 달성 기대 커져
24일 펑파이 등에 따르면 우쭌여우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 전염병학 수석전문가는 지난 2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인구의 약 80%가 이미 감염됐기 때문에 2~3개월 안에 전국적으로 비교적 큰 규모의 감염병 파동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춘제(설) 연휴에 많은 사람이 이동하면서 감염병이 확산하고 일부 지역은 감염자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전국적으로는 절정을 지났고 중소 도시도 발생 하락 추세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인구는 14억1175만 명이다. 80%는 11억2940만 명에 해당한다. 앞서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11일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누적 감염률은 약 64%, 감염자 수는 약 9억 명으로 추산했다.
중국이 지난달 14일부터 감염자 집계를 중단했기 때문에 실제 확산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이번 우 전문가의 언급도 공식 발표는 아니며 추정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보건당국 소속 관료가 ‘인구의 80%’를 언급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11억 명이 이미 감염됐다는 것은 중국이 집단 면역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예상보다 빨리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글로벌 기관과 금융회사 상당수는 중국 경기가 1분기까지 전염병 확산으로 위축된 뒤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정부 불신에 소셜미디어 의존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을 감안하면 11억 명 이상의 감염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당국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 더욱 유력해진다. 0.1~0.2%의 치명률을 대입하면 최소 110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CDC는 병원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올 1월 12일까지 36일 동안 5만9938명,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7일간 1만2658명이라고 발표했다. 43일 동안 7만2596명이다. 중국이 코로나19 사망자 범위를 엄격히 제한한 데다 병원 내 사망자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실제 사망자 수와의 괴리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영국 의료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춘제 연휴(21~27일)를 맞아 인구 대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26일 하루 사망자가 3만6000여 명으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당국 통계에 대한 불신 때문에 많은 중국인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소셜미디어에서 찾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채식주의 식단, 항체 약품이나 효소의 음성적 구매 통로 등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명 요가강사인 이헝은 중국판 틱톡(짧은 동영상 앱)인 더우인에서 효과가 불명확한 효소 음료를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해 수백만 상자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는 지난주 코로나19 관련 부정확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 8만여 건을 자진 삭제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춘제 연휴를 앞두고 인터넷 검열을 강화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선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아무 조언도 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길”이라는 해시태그도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 수억 건의 클릭 수를 기록했다.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강력한 통제 정책을 3년 동안 유지하다가 지난해 말 갑자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정부와 관변 전문가들이 코로나19를 감기 정도로 취급하자 중국인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다는 진단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