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19 폭증 사태에 따른 의약품 원료 공급망 차질로 미국의 의약품 부족 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보도에서 "미국 전역의 약국은 몇 달째 일부 주요 복제약과 처방약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보건 당국은 코로나19와 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 탓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하지만, 부족 사태는 계절성 감염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대 복제약·제약 원료 공급국인 중국이 현재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고 인접 국가의 공급망은 이른 시일 안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천식약 알부테롤부터 모르핀, 주의 결핍·과잉행동 장애 환자에 사용되는 아데랄에 이르기까지 약 120개 약품의 공급이 현재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보건시스템약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최소 160가지 신약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의 129가지에서 늘어난 규모다.
미국 공급망 조사 업체 레실링크의 창업자 서밋 바킬은 "제약 업계가 부족을 경험하는 것은 주로 원료의약품(API·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을 중국에 의존하는 탓"이라며 "많은 회사들이 인도 제약 공급업자를 살펴보고 있지만, 우리는 인도 공급업자들도 중국에 원료를 의존하고 있다는 추가 위험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API의 약 68%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미국 당국은 의약품 원료 수입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잠재적인 국가 안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실링크의 바킬은 미국이 '메이드 인 아메리카' 의약품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현재 중국에 갖고 있는 제조 규모와 양에 전혀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