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 30여명이 모여 만든 모임 '민주당의 길'이 오는 31일 출범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비명계가 '플랜 B' 마련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 의원들은 31일 '민주당의 길' 출범식을 열고 첫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종민·이원욱 의원 등 30여명의 비명계 대표 의원들이 모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계인 홍영표·이인영 의원도 합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토론은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을 주제로 진행된다.
당 안팎에선 '민주당의 길'이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모임을 조직한 의원들이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만들어진 비명계 모임 '반성과 혁신'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반성과 혁신'은 지난해 11월 연속토론회를 통해 당 차원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들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비판도 나온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주장하는 '이 대표 수사 분리 대응론'을 두고 "그분들(비명계)로부터 (당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도 17일 라디오에서 "'분리 대응해야 된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발언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낸다"고 비명계를 겨냥해 지적했다.
당원들도 들끓고 있다. 설 연휴인 22일엔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비명계 의원 이원욱 김종민 조응천을 징계하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24일 1만여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작성자는 비명계 의원이 민주당의 팬덤 정치를 지적하며 "1000원 당원 중심으로 가게 되면 동원(되는) 당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토론회에서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1000원 당원'이란 표현이 "당원을 무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1000원 당원'은 월 1000원의 당비를 내면서 당내 경선 등에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을 말한다.
친문재인계(친문계)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18일엔 도종환·전해철·고민정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주축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이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같은 날 문재인 정부 출신들이 만든 정책 포럼 '사의재'의 창립 기자회견도 있었다. 박범계·한병도·윤영찬 의원 등 문 정부 출신 민주당 현역 의원들 다수가 발족식에 참여했다. 다만 사의재 상임대표를 맡은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친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게 아니라 전 정부의 국정운영을 반성하고, 성찰, 계승에 초점 두고 있다”며 '친문계 세력화'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한편 이 대표는 오는 25일 당내 초선 강경파 모임 '처럼회'와 오찬을 가진 뒤 26일부터 1박 2일간 전북을 찾아 민생 행보를 이어간다. 28일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