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마존, 구글과의 경쟁에 쓸 무기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낙점했다. AI 업체인 오픈AI에 수년간 100억달러(약 12조3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MS는 “AI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수년간 오픈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10일 미국 매체인 세마포는 “MS가 오픈AI와 100억달러 투자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최첨단 AI 연구를 진보시키고 AI를 신기술 플랫폼으로 널리 보급하려는 양사의 포부에 맞춰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2015년 일론 머스크, 프로그래머 겸 투자자인 샘 앨트먼 와이콤비네이터 전 사장 등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세운 AI 기술 개발사다. 레이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인도 정보기술(IT) 업체인 인포시스 등이 자금을 댔다. 오픈AI는 사업 초기에 게임 ‘도타2’의 AI 개발에서 성과를 낸 뒤 지난해 4월 그림을 그리는 AI인 ‘달리2’를 선보였다. 달리2는 다른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와 함께 미술계에서 AI 그림의 예술성에 대한 논쟁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가 됐다. 오픈AI는 지난해 11월엔 사람처럼 글을 쓰는 챗봇인 ‘챗GPT’도 출시했다.
오픈AI에 대한 MS의 투자는 2019년,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9년엔 10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오픈AI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독점했다. 2021년 계약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신규 투자에서 MS는 “슈퍼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자사 제품을 통해 오픈AI의 AI 모델을 배포하겠다”고 설명했다. MS 소프트웨어 전반에 AI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셈이다.
당장 AI 접목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사업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다. MS는 최근 달리2와 같은 AI 모델을 탑재한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누라그 라나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는 MS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와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업계 2위인 애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1%로 1위인 AWS(시장 점유율 34%)을 뒤쫓고 있다.
장기적으론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과의 경쟁에도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MS는 자체 검색엔진인 ’빙‘을 운용하고 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빙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MS는 검색 기능과 언어 모델을 개선해 구글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은 2014년 인수한 딥마인드를 통해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