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키운 고양이를 떠나보낸 구혜원씨는 장례를 준비하며 또 한 번 울어야 했다. 서울에서는 고양이를 보내줄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도 파주에 있는 민간 화장장을 찾아가 화장하고 유골은 스톤으로 만들었다. 구 씨는 "아이는 식어가는데 당장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기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등록된 반려동물수는 276만마리(2021년 말 기준)에 달한다. 등록되지 않은 동물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반려동물수는 등록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51만2040마리의 반려동물이 등록된 서울시의 경우 동물병원 숫자는 905개에 불과하다. 82만5841만리의 반려동물이 사는 경기도는 1265개의 병원밖에 없다.
장묘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국의 장묘업체는 66개뿐이다. 경기도 23개, 경상남도 8개, 경상북도 6개, 전라북도·충청북도가 각각 5개, 충청남도 4개, 부산·강원도에 각각 3개, 인천·세종·전라남도에 각각 2개, 대구·광주·울산이 각각 1개다. 가장 많은 반려동물이 사는 서울을 비롯해 제주도, 대전에는 장묘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 제주도에서 반려동물이 죽으면 배를 타고 나와서 화장을 해야하는 셈이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적절한 조치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5년 이내에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은 소비자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3%는 사체를 ‘주거지나 야산에 매장·투기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45.2%는 이런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죽은 반려동물 처리를 위해 동물 장묘시설(업체)을 이용한 응답자는 30%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를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화장하지 않으면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화장장에서 화장이 없는 시간에 동물 사체를 처리하기도 하지만 대중화되긴 어렵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골로 스톤을 만드는 등 후속 작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전용 화장장이 필요한 이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은 도심권에는 설치 자체가 어렵다. 동물보호법 제33조에 따르면 동물장묘업 시설은 20가구 이상의 인구 밀집 지역, 학교, 그 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하 떨어진 곳에는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반대도 문제다. 남양주시, 여주시, 진주시 등 여러 지역에서 민간동물화장장 건립이 추진됐지만, 지역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동물 사체 소각행위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동물 화장장을 짓는 동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의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