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몸집 키운 ‘비장의 카드’ 합병…올해 재유행 조짐

입력 2023-01-21 08:30
수정 2023-01-21 11:02

2000년대 초 로펌들이 단숨에 몸집을 불리기 위해 활발히 활용했던 합병이 올 들어 다시 유행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부터 중견 로펌인 법무법인 클라스와 한결, 강소 로펌인 LKB파트너스와 린이 합병에 나서면서 ‘벌크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의 합병으로 큰 변화 없던 로펌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줄잇는 합병소식…10위 싸움 붙붙나클라스와 한결은 지난 16일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올 상반기 안에 통합법인을 공식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로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합병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해왔다.

클라스는 감사원장 출신인 황찬현 대표변호사가 2018년 세운 로펌으로 송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대거 포진한 로펌으로 유명하다. 이 로펌은 2019년 말 법무법인 충정의 강남분사무소를 흡수합병에 덩치를 더 키웠다. 한결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이 1997년 설립한 로펌으로 건설·부동산, 인수합병(M&A), 노동 등의 자문 업무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법무법인 내일(2007년) 한울(2011년) 한빛(2014년)과 연이어 합병해 사세를 키웠다.

LKB파트너스와 린도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MOU를 맺고 구체적인 합병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LKB파트너스는 판사 출신인 이광범 대표변호사가 2012년 세운 로펌이다. 대형 형사사건을 잇달아 수임해 ‘서초동의 김앤장’으로 불린다. 창사 후 꾸준한 전관 영입을 통해 전문성을 키워왔다. 린은 김앤장 출신인 임진석 대표변호사가 2017년 설립한 로펌으로 기업 자문과 금융 분야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기술·미디어·통신(TMT)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펌업계에선 클라스-한결, LKB파트너스-린이 합병을 마무리하면 국내 10위 로펌 자리를 둘러싸고 동인, YK, 충정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합병은 송무와 자문에 각각 강한 로펌끼리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규모 확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 대형로펌도 합병으로 급성장합병은 과거에도 로펌들이 유용하게 활용했던 성장전략이었다. 특히 국내 로펌업계에 대형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활발했다. 현재 10대 로펌인 광장·세종·화우·지평·대륙아주 모두 합병을 통해 단숨에 몸집을 불렸다.

광장은 2001년 M&A와 국제중재 등에서 두드러진 한미와 송무의 강자 광장이 합병해 지금의 기틀을 만들었다. 2005년엔 제일국제특허법률사무소와 합쳐 덩치를 더 키웠다. 화우도 2003년 송무에 강한 화백과 기업 자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던 우방이 합병해 탄생했다. 이 로펌은 2006년 김신유와도 합병해 당시 2위 경쟁을 벌이던 광장-태평양-세종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세종은 2001년 열린합동법률사무소를 흡수합병했다.

지평과 대륙아주는 각각 합병으로 중견 로펌에서 대형 로펌으로 뛰어오른 대표적인 곳이다. 지평은 2008년 지성과 합병한 후 성장을 거듭해 국내 7위 로펌으로 올라섰다. 대륙아주 또한 2009년 대륙과 아주가 합쳐 로펌업계 10위권에 진입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