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유명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세계 미술계를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은색 테이프로 벽에 붙여진 평범한 바나나 한 개가 1억4000만원에 팔린 것. 미술계에선 작품 제목 ‘코미디언’처럼 “코미디 같은 일”이라는 비난과 “현대미술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찬사가 동시에 쏟아졌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1960~·사진)이다. 그는 이런 도발적인 작품으로 현대사회를 풍자한다. ‘코미디언’은 작품의 예술성보다는 작가의 유명세가 작품값을 좌우하는 현대미술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카텔란에겐 ‘가장 논쟁적인 작가’란 별명이 따라붙는다. 그는 18K 금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변기를 만드는가 하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운석에 깔린 조각상을 내놓기도 했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럽고 황당하지만, 그 안에 담긴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고 날카롭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카텔란의 작품이 올해 처음 한국을 찾는다. 리움미술관이 새해 첫 전시로 준비한 ‘마우리치오 카텔란: WE’를 통해서다. 이달 31일 개막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