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수입 1년새 30조원 폭증…난방비 2배 뛰고, 목욕탕은 줄폐업

입력 2023-01-19 18:03
수정 2023-01-20 02:22
서울 여의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A씨는 최근 지난달 관리비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관리비 내역에 포함된 세대난방비가 25만616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만원 올랐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난방비 관련 주민 항의가 잇따르면서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공지문을 붙이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에서 30년 넘게 목욕탕을 운영했던 B씨는 올초 폐업을 결정했다. B씨는 “상수도 요금뿐 아니라 도시가스 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운영비가 늘어나 서울 곳곳의 소규모 목욕탕이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난방비 폭탄’ 호소 속출 19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국 곳곳에서 급격히 오른 난방비 부담을 호소하는 주민과 자영업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난방비 폭탄’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난방비가 오른 근본적 원인은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난방비는 도시가스와 열요금으로 나뉜다.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비용을 감안해 소매요금을 결정한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요금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조정한다. 도시가스와 열요금은 최근 1년 새 각각 38.4%, 37.8% 올랐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네 차례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했다. 2020년 7월부터 동결됐던 요금을 작년 5월부터 잇따라 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LNG 국제가격 및 환율 상승 여파로 LNG 수입단가가 급등해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세계 LNG 가격지표는 크게 미국 헨리허브, 네덜란드 TTF와 JKM으로 나뉜다. JKM은 LNG 수입량이 많은 한국과 일본의 별도 수입단가 지표다. JKM 기준 2월물 인도가격은 이달 초 100만BTU(열량단위)당 27달러다. 작년 8월 60달러대까지 치솟았을 때와 비교하면 낮아졌지만 2020년 7월(2.4달러) 대비 여전히 10배 이상 높다.

더욱이 한국의 수입단가는 다른 지표 대비 높다. 헨리허브 기준 이달 초 LNG 가격은 100만BTU당 3달러로, JKM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동북아시아는 북미·유럽과 달리 육상을 통한 파이프라인 연결이 어려워 액화한 뒤 선박으로 들여오기 때문에 운반 비용이 비싸다. 지난해 국내 LNG 수입액이 500억2218만달러로, 전년(254억5278만달러) 대비 두 배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추가 요금 인상 불가피 가스업계는 LNG 현물 국제가격이 낮아져도 올해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 물량의 70%는 5~10년 단위 중장기 계약이다. 현물 가격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수입단가를 결정짓는 또 다른 변수인 원·달러 환율도 올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동절기 난방비 부담 등을 감안해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했다”면서도 “2분기 이후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작년 8조80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은 가스 판매가격을 낮게 책정해 발생한 일종의 영업손실이다. 요금 인상 요인에도 수년간 가격을 억눌러왔지만 가스공사의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올해 도매요금을 MJ(메가줄)당 8.4원 올리면 2027년부터, 10.4원 올리면 2026년부터 누적 미수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1년 새 도매요금을 MJ당 5.4667원 인상했다. 인상폭은 42.3%에 달한다. 올해 도시가스 요금을 최소한 작년 수준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