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VOGO)'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보고플레이의 누적 부채가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플레이로부터 1억원 이상 물품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중소 입점업체만 70여곳이 넘는다. 현재는 사용이 막힌 소비자들의 현금성 적립금도 12억원에 이른다. 방만한 경영을 펼친 '부실 e커머스'로 인해 애꿎은 소상공인만 피해를 보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류승태 보고플레이 대표는 19일 서울 모처에서 입점업체를 불러 모아 회사의 경영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류 대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보고플레이의 부채는 526억원에 달한다.
이 중 입점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물품 판매 대금만 336억원이다. 보고플레이로부터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는 615곳으로 집계됐다. 미정산 대금이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인 업체가 137곳으로 가장 많았다. 1억 이상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업체는 77곳이다. 받아야할 돈이 10억원 이상인 업체는 3곳이다.
보고플레이는 그간 사실상 '돌려막기'식 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류 대표가 공개한 현금흐름표를 보면 매달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거래액을 키워 회사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규모 할인 행사를 펼치며 비용은 크게 늘었으나 11월부터 매출이 줄어들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영업을 해서 들어오는 현금보다 나가는 현금이 더 많았다. 11월 한 달에만 현금성 자산이 87억원이 줄었다. 12월에도 현금성 자산 83억원이 감소하면서 부채는 500억원을 넘어섰다.
보고프레이에 소비자들이 쌓아 놓은 현금성 적립금도 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플레이는 현재 적립금을 사용한 결제를 사실상 막아놨다.
류 대표는 "당시에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판단했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계절적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매출이 줄어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플레이는 채권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밟는 대신 최대한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류 대표는 "입점업체들이 보고플레이의 정상화 작업에 동참하겠다는 동의서를 80% 이상 제출해주면 이를 가지고 추가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유치한 투자금으로 부채를 일부 변제하고, 판매수수료를 올리고 직원을 감축해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게 류 대표의 계획이다. 그러나 채권자인 입점업체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보고플레이에 가압류를 신청하면 이런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플레이는 삼성전자 출신 류승태 대표가 만든 회사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LAB으로 시작해 2020년 10월 독립 법인을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거래액 2300억원,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5월 포스코기술투자, IBK기업은행, SK증권 등으로부터 11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기업 가치는 1000억원 대로 거론된다.
업계에선 '부실 e커머스'발(發) 소상공인 피해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e커머스업체들은 그간 보고플레이와 비슷하게 입점업체들의 판매 대금을 익월 또는 익익월 말에 정산해주는 방식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한 뒤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 등을 펼쳐 소비자를 끌어모아 몸집을 키워왔다.
사실상 회사의 매출 규모가 지속 성장하거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해야만 회사가 멈추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e커머스의 성장세가 꺾이고,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금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익 모델 없이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한 e커머스 스타트업은 더 이상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