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가 지난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공장 건립 사업의 첫삽을 뜬 데 이어 말레이시아 1호점을 열며 '할랄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잇따른 안전사고로 홍역을 앓았던 SPC가 해외 시장을 돌파구로 삼아 경영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PC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파리바게뜨 말레이시아 1호점인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점'을 개점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현지 파트너사인 버자야 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지 반년 만이다.
이 지점은 쿠알라룸푸르 최대 상업지역인 부킷 빈탕 내 프리미엄 멀티플렉스에 위치했다. 면적 264㎡에 94석 규모 매장이다. 파리바게뜨는 특유의 오픈 키친 콘셉트를 적용해 갓 구워진 빵과 샐러드 샌드위치, 브런치와 파스타 등을 선보인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 비중이 높은 만큼 모든 제품에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해 경영상 진통을 겪어온 SPC는 해외사업 확대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만큼 'K푸드' 열풍을 타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몸집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전체 매출 중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은 현재 20% 정도인데, SPC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면 이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SPC에게 '인구 19억명' 규모의 할랄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다. SPC는 이번에 문을 연 말레이시아 1호점과 올 하반기 준공되는 조호르바루 공장을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할랄시장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약 400억원을 투자해 짓는 조호르바루 공장에서는 빵, 케이크, 소스류 등 100여 품목이 생산된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기진출 국가를 비롯해 앞으로 진출 예정인 중동 국가 등 할랄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 거점이 된다.
앞서 SPC는 2030년까지 동남아에만 600개 이상의 점포를 낸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고, 중동 진출도 앞두고 있다. SPC측은 "중동시장 진출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무슬림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할랄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졌고, 조호르바루 생산기지도 곧 준공되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 (중동) 진출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할랄시장 뿐 아니라 미주·유럽 진출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영국에 2개점, 프랑스에 3개점을 잇달아 냈고 프랑스 샌드위치·샐러드 전문 브랜드인 '리나스'도 역인수했다. 올해에는 캐나다에 첫 매장 오픈을 앞뒀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9개국에서 총 450여개의 글로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이날 말레이시아 1호점 오픈 행사에는 허진수 SPC 사장과 빈센트 탄 버자야 그룹 회장, 살라후딘 아유브 말레이시아 국내통상자원부 장관, 여승배 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 등이 참석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