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규모 전세 사기로 인해 빌라 세입자들의 우려가 커졌습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2030이나 신혼부부가 전세로 살았는데, 집값이 폭락하면서 깡통전세가 속출하니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며 사회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빌라 전세 사기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에서 1769건의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737건이 강서구 화곡동에서 발생했습니다. 전세 사기는 왜 화곡동 빌라에서 급증했을까요.
흔히 말하는 집장사를 위해 지은 빌라이기 때문입니다. 저소득층이나 신혼부부들은 비교적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에 저렴한 비용을 전세를 사려는 수요가 많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다세대·다가구 빌라를 시공하고, 빌라 시세가 불투명한 점을 노려 이들에게 높은 전세금을 받는 것입니다. 이후 전세를 낀 상태로 매매하면 건설업자는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높은 전세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같은 면적의 아파트보다 저렴합니다. 더군다나 깔끔한 신축 주택이다 보니 자산이 적은 신혼부부 등에게는 매력적인 주거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면서 깡통주택이 늘어갔고, 전세 사기 우려도 커지면서 지금은 빌라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80% 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모든 빌라가 기피 대상인 걸까요. 고급 빌라는 여전히 선호도가 높습니다. 고급 빌라가 몰린 강남에는 대기업 회장들이 사는 최고급 빌라도 즐비합니다. 일부는 지하에 핵 벙커를 갖춘 빌라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서초구의 대표 고급주택 '트라움하우스'입니다. 단지 내 지하 4층에 규모 7 이상의 지진이나 핵폭풍도 막아주는 방공호가 있습니다. 덕분에 이사하는 이들이 드물고 매년 전국 빌라 공시가격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급하게 지어진 싸구려 빌라가 전세 시장의 뇌관이 된 것입니다. 이제 빌라도 어느 지역에 건설되든 100년 이상 가는 멋진 모습을 유지해 소비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주택을 건설해야 합니다. 낡은 빌라지역을 싸구려 신축 빌라를 짓기보단 용적률을 상향해 소형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빌라가 필요한 지역도 주민이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생활에 필요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단지형 빌라나 연립주택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구도심을 재개발할 때는 도심항공교통(UAM) 보급으로 인한 영향도 감안해야 합니다. UAM을 통해 외곽까지 빠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 도심 내 단지형 고급 빌라는 자연환경이 우수한 가평, 청평, 양평 등 휴양지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도심에 있는 최고급 빌라는 향후 지방으로 옮겨간다는 가정 아래 도시계획을 짜야 하는 것입니다. 최근 서울시가 신속 통합을 통한 재개발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싸구려 빌라는 소형 아파트로 재개발하고, 최고급 빌라는 교외로 이전하면서 꼭 필요한 곳만 단지형 고급 빌라로 조성하면 집장사용 싸구려 빌라를 퇴출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오래도록 살고 싶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이 바뀌어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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