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단순 논리에 근거해 졸속 입법됐다”고 지적한 논문이 대검찰청 논문집에 등재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첫 번째로 기소된 두성산업이 창원지방법원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데 이어 법률에 대한 법조계의 비판도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최근 발간한 계간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에는 이상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논문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의 개념’이 실렸다. 중대재해법 2조 9항은 처벌될 수 있는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CSO가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책임을 벗을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이에 준하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쟁점이다. 이 변호사는 한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이에 준하는 자’는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현장소장이나 공장장에 대한 징계권 및 작업중지 권한을 행사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상대방까지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데 주목했다.
이 발언에 따르면 CSO는 일정 범위에서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현실성이 낮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최근 노동청 등이 중대재해 사건에서 이 같은 해석에 따라 경영책임자 기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령의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안법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에서 대표이사가 면책되기 위해선 CSO가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이사회에 보고하지만 관련 업무를 전혀 맡지 않는 이중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