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분산투자를 강조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이 유명한 격언을 따라가기 힘든 투자 환경이 최근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부터 주식과 채권가격이 같이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하면서다. 증권가에선 분산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주식 및 채권과 상관성이 낮은 금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올해는 경기 침체 우려, 달러 강세 완화 영향으로 높은 수익률까지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주가 변동성 방어엔 채권보다 금”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는 5.9% 올랐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연 3.730%에서 이날 연 3.337%로 하락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채권이 주가를 따라가는 현상은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S&P500지수와 미국 국채 10년물의 상관계수는 0.4로 2008년 금융위기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255%에서 연 3.735%로 오를 동안(채권 가격이 하락할 동안) 25%가량 떨어졌다
주식과 채권이 같이 움직이자 분산투자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작년처럼 주식과 채권 가격이 같이 떨어지는 위험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통적 분산투자 방법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6 대 4로 유지하는 ‘아이셰어즈 코어 그로스 얼로케이션 상장지수펀드(ETF)’의 작년 수익률은 -15.3%를 기록했다.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증권가에선 주식 변동성을 방어하는 채권의 역할이 제한적일 땐 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모두 하락할 때도 금은 이 자산들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않는 경향을 보여서다. 작년 초 대비 올해 초 국제 금 선물의 온스당 가격은 2.6% 올랐다. 국공채, 주식이 같은 기간 모두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원자재와 주식의 상관관계가 높았던 2000년 이후에도 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관관계를 유지했다”며 “채권의 역할이 제한적인 시기에는 금 편입을 통해 분산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금 펀드 수익률도 ‘高高’전문가들은 금을 통해 분산투자 효과뿐만 아니라 짭짤한 수익률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 달러 강세 완화 영향으로 금의 가치가 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금 펀드 12개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8.44%다.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3.22%), 국내채권형 펀드 수익률(0.98%)보다 높다.
금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KODEX 골드선물(H) ETF’ 순자산은 한 달 새 210억원 늘었다. 3개월 새 391억원이 순유입됐다. ‘하이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H)’ 순자산은 3개월 새 160억원 증가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