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2명 강간·불법 감금…英 엘리트 경찰의 두 얼굴

입력 2023-01-17 20:41
수정 2023-01-17 20:55

영국 런던의 엘리트 경찰관이 약 20년간 12명을 상대로 49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현지시간) BBC 등은 런던 경찰 데이비드 캐릭(48)이 런던 서덕 법원에 출석해 강간 24건(9명), 강간미수 2건, 불법감금 3건 등 총 12명 대상 성범죄 49건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03∼2020년 데이팅 앱 등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은 뒤 이들을 협박해 끔찍한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피해 여성들을 수개월에서 수년씩 여러 차례 강간했고, 옷차림부터 먹는 것, 잠자는 장소, 경제적 상황 등을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자녀들과 얘기도 나누지 못하게 했다.

일부 피해자를 그의 집 계단 아래 작은 찬장에 음식도 없이 나체로 몇 시간 감금하기도 했다. 또, 노예라고 부르거나 허리띠로 폭행하고 피해 여성에게 소변을 누는 등 정신적·신체적으로 비하하고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는 "신고해 봐야 다들 현직 경찰만을 믿을 것"이라고 여성들을 협박해 자신의 통제하에 뒀다.

캐릭은 2001년 런던 경찰로 임관했으며 2009년부터는 시내 의회·정부청사·외교가를 담당하는 무장 경찰로 일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현직 경찰이 영국 역대 손꼽힐 정도로 최악의 성범죄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경찰은 그를 공식적으로 해고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자스완트 나르왈 검사장은 "그가 피해자들에게 준 수모의 정도는 34년 검사 생활 중 처음 보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담해지고 범죄 심각성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끔찍하고 혐오스럽다"면서 "그가 어떻게 지위를 남용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총리의 대변인도 캐릭의 범죄를 규탄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면서 "행동 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경찰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그동안 보도 통제하에 있다가 이날 풀렸고, 지난해 2월 크레시다 딕 경찰청장이 해임된 사유에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