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을 해도 피상속인에 대한 채권으로 상속인 채무와 상계할 수 있을까?

입력 2023-01-18 10:30

사진=게티이미지


B의 자녀인 C는 친구 D를 태우고 운전하다가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냈고, C와 D 모두 사망했다. D의 부모와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했던 보험사 A는 D의 부모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A사는 C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B는 C의 사망으로 인해 보험수익자로서 A사에 대해 생명보험금청구권을 갖게 됐다.

이에 A사는 보험자대위에 따라, D의 부모가 B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엄밀하게는 D가 C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D의 부모가 상속받은 것이고, B는 C의 의무를 상속받은 것임)으로 B에 대한 보험금지급의무와 상계를 주장한다. 그 후 B는 가정법원에 한정승인신고를 해서 수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A의 상계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의 채무(예컨대 금전채무)를 부담한 경우 상계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민법 제492조). 그렇기 때문에 상속채권자(A)가 피상속인(C)에 대해 채권(손해배상채권)을 보유하면서 상속인(B)에 대해는 채무(보험금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상속이 개시되면 위 채권 및 채무가 모두 상속인(B)에게 귀속돼 상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상속으로 인해 취득할 재산의 한도 내에서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민법 제1028조)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상속인의 고유재산과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분리된다. 따라서 상속인은 자기 고유재산으로 상속채무를 변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결국 상속채권자의 피상속인에 대한 채권과 상속인에 대한 채무 사이의 상계는 쌍방 간의 상계가 아니라 제3자와의 상계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다254154(본소), 2022다254161(반소) 판결].

그렇다면 위 사안과 같이 아직 B가 한정승인을 하기 전에 A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어떨까.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그 효과가 소급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결과는 마찬가지다. 즉 A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후에 B의 한정승인신고 수리심판이 확정됐다 해도 그 효력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된다. 때문에 A는 C에 대한 채권으로 B에 대한 채무와 상계할 수 없게 된다(앞의 대법원 판결도 같은 취지다). 결론적으로 B는 A에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A는 C의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손해배상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될 뿐이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