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종파생상품 부실 경고…"최악땐 금융위기 부를 수도"

입력 2023-01-17 18:28
수정 2023-01-18 01:55
미국 월가에서 신종 금융파생상품인 펀드담보부증권(CFO)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규제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보험사 감독·규제기관인 보험감독자협의회(NAIC)는 16일(현지시간) “지난 1년여간의 조사를 토대로 신용평가사들이 사모펀드 운용사 CFO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직접 개별 상품의 위험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FO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소유한 기업의 지분을 모아 신용등급에 따라 재분류한 뒤 이를 담보로 발행한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일종이다. 펀드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지 않은 채 지분 일부를 유동화함으로써 자금 경색을 해소할 수 있게 해준다. 2000년대 중반 처음 등장한 CFO는 지난해 발행이 급증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CFO의 신용등급을 평가해온 기관들은 피치, KBRA, S&P글로벌 등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CFO의 구조는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온 미 월가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비슷하다”고 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부동산시장 호황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이 무분별하게 늘어났다. 월가에서는 우량 모기지와 비우량 모기지를 한데 섞은 CDO를 만들어 발행을 대폭 늘렸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포장된 CDO를 대거 사들였다가 모기지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부실로 직격탄을 맞았다.

문제는 CFO의 발행 규모 등을 당국이 정확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기업들은 지분에 대한 공개적인 가치평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부실이 터지면 미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AIC는 “펀드 운용사들이 발행한 CFO를 사들이는 보험사의 지급 여력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FT에 따르면 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 대표주자들이 CFO 발행에 대거 뛰어들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