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17일 오후 4시45분
우리금융그룹이 다올금융그룹의 벤처캐피털(VC)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전 KTB네트워크)를 인수한다. 다올금융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일부 해소하고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윈윈’ 거래다.
다올금융그룹은 17일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금융지주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다올투자증권이 보유한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 52%다. 인수금액은 약 21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날 종가 기준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시가총액은 3570억원이다. 양측은 1분기 내 거래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국내 1세대 VC다. 그동안 국내외 1200여 개 스타트업에 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상장에 성공한 기업만 300여 개에 달한다. 최근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이 꼽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2858억원, 운용자산(AUM)은 1조4593억원이다. 2021년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다만 증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최근 실적은 부진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169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매출 1140억원, 영업이익 839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올 3분기만 보면 매출 38억원에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다올금융그룹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의 직격탄을 맞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물로 내놨다. 매각이 완료되면 유동성 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다소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올금융그룹은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고, 매각이익을 통한 자본확대가 이뤄져 유동성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고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올금융그룹은 다올신용정보, 다올타일랜드 등 추가적인 자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우리금융은 2021년 말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성사시킨 뒤 다방면으로 인수합병(M&A)을 검토해왔다. 지난해 말 다올인베스트먼트가 매물로 나오자 1순위 인수 후보로 꼽혔다. 이번 인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직접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진두지휘하며 연임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올해도 활발한 M&A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권사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우리금융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다올투자증권까지 ‘패키지 인수’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돼왔다.
다올금융그룹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인수자”라고 말했다.
김채연/박의명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