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빌라왕'의 사망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하자 대법원이 신속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임차권 등기 절차 간소화에 나섰다.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임차인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절차에서 상속등기를 생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17일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체결 후 임대인이 사망 시 대위상속등기를 거치지 않아도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등기선례를 제정하고 대위상속등기 없이도 임차인이 임대인의 상속인을 상대방으로 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송무 선례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예규는 16일 개정됐고 개정과 동시에 시행됐다.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이라면 약관에 따라 보증채무 이행청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임차권등기부터 마쳐야 한다.
하지만 '빌라왕'처럼 집주인이 상속하지 않고 숨진 경우 임차권 등기 명령의 대상인 집주인이 없으므로 우선 상속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위상속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대위상속등기 없이도 세입자가 '집주인의 상속인'을 상대방으로 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방법은 세입자가 숨진 집주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사망 사실과 상속인 전원을 알 수 있는 서면을 첨부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면 된다.
대법원은 "새로 제정된 선례와 개정된 예규가 대위상속등기 절차를 생략하고 송달 절차를 간소화해 임차인 부담을 줄이고 임대차보증금을 신속하게 돌려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