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카페나 길에서 네이버웹툰을 보는 미국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네이버웹툰의 진짜 경쟁자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업체들입니다. 경기와 상관 없이 우리가 목표한 성과를 내면 기업공개(IPO)에 나설 생각입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벌링게임에 위치한 힐튼샌프란시스코 에어포트베이프론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2014년 미국에 건너와 영어서비스를 시작했고 2016년에는 네이버웹툰 본사를 미국에 세울 정도로 미국 시장에 공을 들였다.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서 의미있는 성장을 해야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영어로 생산되는 콘텐츠는 다른 영어권 국가를 넘어 남미, 유럽으로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 미국 작가들을 섭외하기 위해 사업 초기 하루 400통에 달하는 메일을 직접 보냈다. 단 한 통의 회신이 오지 않는 날도 허다했지만 계속해서 접촉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작가 섭외에 성공했고, 현재 네이버 웹툰 미국 본사는 200명 가까운 직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한 지 9년째인 지난해 네이버웹툰의 성과는 눈부시다. 미국에서 일일활성이용자수(MAU) 1500만명을 달성하고, 만화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스너 어워드'를 비롯해 '하비 어워드', '링고 어워드' 등 3대 시상식을 모두 석권했다.
김 대표는 "이제는 12만명 이상의 작가들이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창작공간인 '캔버스'에 자신의 작품을 올린다"며 "한국 콘텐츠에 큰 영감을 받은 미국 작가들이 현지 콘텐츠를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압도적인 1위 플랫폼이 됐다"고 자랑했다. 모바일 앱마켓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북미 점유율은 70.6%로 2위 사업자 만타코믹스(9.8%)보다 7배 이상 높다.
최근엔 웹툰으로 만들어진 지적재산권(IP)을 영화 웹소설 등 다른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1년 캐나다의 웹소설업체 '왓패드'를 6억달러에 인수한 뒤 영화를 찍는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설립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웹소설-웹툰-영화로 이어지는 창작 밸류체인을 구축한 것이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 등 콘텐츠 플레이어와 경쟁해 통해 이용자의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시아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수준의 포스트 디즈니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IPO 계획과 관련해서는 "세계 경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준비가 더 중요하다"며 "우리 계획대로 성장한다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IPO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것에 대해서 "1등의 기업가치는 얼마나 돼야 하나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그 또한 즐거운 고민"이라며 "해외상장을 목표로 하는 만큼 국부에도 도움이 돼야 할 것 같다" 말했다.
벌링게임=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