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주택이 불과 1년 새 약 4만4000가구 급증하면서 정부의 미분양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2021년 1만7700가구에 그쳤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6만1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이대로라면 연내 10만 가구를 넘어서 실물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주택도시기금까지 활용해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것도 미분양 적체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사상 처음 주택도시기금까지 투입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중 우선 1조2000억원가량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추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올해 매입임대주택 3만50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6조763억원을 편성했다. 예산대로라면 가구당 주택 매입 예산이 평균 1억7000만원에 그친다. 급증하는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국회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있는 20% 수준에서 매입임대주택 재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총 7조2900억원을 미분양 주택 매입에 사용할 수 있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8조원이다. 지금까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직접 매입임대주택에 활용한 적은 없다. 과거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들였다. 하지만 LH가 채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 과거의 정책수단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국토부가 주택도시기금에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기금 자금을 추가 투입해 LH가 준공 후 미분양된 도심 주택을 사들인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들의 고분양가와 수요예측 실패를 세금으로 충당해준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어 분양가 할인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과 함께 입지, 매입 가격, 수요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분양가로 대거 미분양이 난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최근 LH가 매입한 것을 두고 건설사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비싸 대부분 주택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음에도 분양가에서 15% 할인된 가격에 사들였기 때문이다.“올 분양 아파트 40% 미분양 날 것”2015년 6만1512가구에서 2021년 말 1만7700가구 수준까지 줄었던 전국 미분양 주택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지난해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7월 3만1284가구에서 9월 4만 가구를 돌파한 뒤 11월엔 5만8027가구까지 치솟았다. 12월엔 7년 만에 처음으로 6만 가구를 넘어섰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일반분양 주택의 40%가량에서 미분양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의 합산 가치는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정부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를 풀었지만 올해도 분양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9만7254가구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300가구 미만 규모 오피스텔과 30가구 이하 아파트·빌라 등을 제외하더라도 올해에만 3만6000가구의 미분양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재 82%인 민간 아파트 평균 초기 분양률은 올해 60%까지 주저앉고 민간 아파트 10가구 중 4가구가 초기 분양에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미분양 주택은 올해 1000가구를 넘어서고 경기(1만6596가구), 대구(1만3912가구), 부산(6780가구) 등의 미분양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주택 급증으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해 줄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