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에 불어닥친 '투자 빙하기'의 영향으로 지난해 글로벌 벤처투자액이 전년보다 3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벤처투자 규모는 4151억달러(약 513조원)로 집계됐다. 글로벌 '벤처 붐'이 일었던 2021년(6384억달러)보다 35% 줄어든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기조 등 대외 환경에 몰린 악재가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벤처투자액은 1504억달러(약 186조원)로 활황세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2분기(1174억원)부터 급격히 꺾였다. 특히 4분기만 놓고 보면 펀딩 금액은 659억달러(약 81조원)로 2020년 2분기(597억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투자 1건당 평균 금액도 1680만달러(약 207억원)로 2021년(2470만달러)보다 32% 쪼그라들었다.
세계 스타트업의 요람인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 역시 부진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실리콘밸리로 흘러들어간 벤처투자 금액은 639억달러(약 78조9000억원)로 2021년(1068억달러)보다 40% 이상 줄었다. 특히 4분기만 놓고 보면 신규 벤처투자금은 72억달러(약 8조8000억원)였는데, 이 지역의 분기별 벤처투자액이 100억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새롭게 등장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유니콘기업에 등극한 스타트업은 258곳으로, 2021년(539곳)보다 52% 줄었다. 4분기 신규 유니콘기업은 19개 탄생했는데, 2021년 4분기(139개)와 비교하면 100개 이상 감소한 수치다.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엑시트) 창구도 막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은 1만37건이었다. 2021년엔 1만956건을 기록했다. 기업공개(IPO) 수는 716건으로 전년(1038건) 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상장 건수도 78건에 그쳐 2021년 대비 반토막났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규 벤처투자금은 1조252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1% 급감했다. 4분기 집계가 완료되면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21년(7조6802억원)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