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우리가 마주하는 하루는 같은데 1월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어쩌면 안 좋은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일상으로 리셋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주는 달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송구영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해 본다. 작년 이맘때를 돌아보니 터무니없이 세웠던 목표가 너무 많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실천하지 못한 것을 보니 내가 지속할 수 없는 계획은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지속할 수 있는, 일상력(日常力)을 높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본다.
첫째, 스크린 타임 4시간으로 줄이기. 나의 스크린 타임은 평균 8시간이다(몇 달 전 6시간에서 2시간이 더 늘어버렸…). 이 중 6시간이 인스타그램을 보는 시간이다. 회사 업무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을 쏟았다. 하루 6시간이면, 한 달에 180시간, 1년이면 2190시간. 작년에 남의 인생을 구경하느라 보낸 시간이 2000시간이 넘었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인스타그램은 누군가의 하이라이트 신만 모아놓은 곳이라고 했던가. 하면 할수록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테니스를 쳐야 할 것 같고, 새로 생기는 맛집과 카페들을 빨리 가봐야 할 것 같고, 집에 둘 데스크 조명도 하나 사야 할 것 같았으니까. 새해에는 알고리즘에 당하지 않겠노라며 스크린 타임을 4시간 단축해 보기로 선언한다. 그렇게 확보된 4시간을 나의 인생을 위한 시간으로 배정할 것이다.
둘째,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폰 보지 않기. 이렇게 하면 집중력과 몰입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회사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인 오전 10시 전까지는 책을 읽거나 개인적인 공부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셋째, 좋아하는 걸 왜 좋아하는지 기록하기. 스크린 타임을 줄이는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함이다. 생각의 근육을 늘리기 위해 ‘아바타2’가 왜 좋았는지,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는 것이다.
일상력은 매일 실천하며 일상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된다. 작지만 성취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서 일상을 가꿔 나가며 힘을 기르는 것이다. 1월은 새롭게 시작해 보라는 기회를 주지만 12월까지 계획을 지속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여러 앱의 숫자 알림에도,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의 부러운 일상 피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면 나만의 일상력을 길러야 한다. 20·30대에 일상이 많이 단련되면 40대, 50대가 돼도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린 사람이 돼 있을 테니 지금 일상력을 길러두자. 타인에게 뺏긴 시간을 찾아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는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