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의 브라키오사우루스 그림을 하늘색으로 칠해 책에 올려놓자, 태블릿 화면 속에서 3차원(3D)으로 구현된 하늘색 공룡이 나타나 움직인다. 카메라로 책 위를 비추자, 기자가 칠한 색깔을 입힌 공룡 이미지가 증강현실(AR) 형태로 나타난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웅진씽크빅이 선보인 어린이용 AR 독서 제품, ‘AR피디아’의 모습이다. 전통적인 종이책이 독자가 책에 인쇄된 그림과 설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면, AR피디아는 책과 독자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해 아이들의 몰입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뜨거운 불길 느끼며 화재 대응 배운다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전 세계 교육기업들은 다양한 에듀테크 제품을 선보였다. 그동안 보수적이라고 여겨져온 교육산업에도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AR, 메타버스 등 최신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책과 아이가 소통할 수 있는 AR피디아로 두 개 부문에서 CES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해 교육기업으로서는 최초로 혁신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독자가 내미는 카드나 손동작이 인식되면, AR 기술을 활용해 책 속의 등장인물과 그림 등이 태블릿 화면에서 움직인다.
화학의 불꽃 반응을 배울 때는 아이가 직접 반응을 일으켜볼 수도 있다. ‘리튬’ 종이 마커를 책 위에 놓으면 카메라가 마커를 인식해 태블릿 화면에 붉은색 불꽃 반응이 일어난다. 현실의 책 화면을 배경으로 불꽃 모양의 그래픽이 중첩되며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 구현돼 일반 동영상보다 실감도가 높다.
현실세계에서 직접 해보기엔 너무 위험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도 가상세계에선 얼마든지 체험할 수 있다. 국내 기업 메타에듀시스는 VR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학생들이 사고 당사자 입장에서 화재 대응, 선박 사고 대응, 생존 수영 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상세계의 온도를 구현하는 웨어러블 장비로 현실감도 높였다. VR 장갑 업체인 테그웨이와 합작해 화재 현장 속 불길의 뜨거움, 물에 빠졌을 때 바다의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 열전소자로 즉시 온도를 높이고 낮춰 현실감을 높이는 기술이 핵심이다. 직업훈련에선 작업 정확도까지 평가
현실세계보다 쉽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사실도 가상세계의 장점이다. 훈련 과정을 수치화해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도 기업 아즈나렌즈는 성과까지 정확히 측정하는 직업훈련용 VR 기기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스프레이 페인팅 기술을 훈련할 경우 VR 훈련 과정에서 참가자가 얼마나 정확한 각도로 고르게 페인트를 분사했는지, 낭비된 페인트는 얼마인지 등이 점수로 환산된다. 전시장에서 만난 아즈나렌즈의 마케팅 매니저 리시 데사이는 “데이터를 보고 훈련생은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고, 평가자는 직원 평가나 선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를 이용한 글쓰기 훈련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국내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사용자가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특정 주제를 입력하면, AI가 질문을 던지며 다음에 오면 좋을 문장을 유도한다. 완성도 높고 다양한 문장이 생성될 수 있는 배경엔 한국어로 된 거의 모든 텍스트를 학습한 네이버의 AI ‘하이퍼클로바’가 있다. 학생마다 선생님이 달라붙어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대신 AI를 활용해 선생님 없이도 무한대로 학습할 수 있다.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교육시장 조사기관 홀론IQ는 2025년까지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40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에 비해 2.5배 커진 규모다. 시장을 이끌 핵심 기술은 AR과 VR이다. 홀론IQ는 2018년 18억달러 수준이던 교육 분야의 AR·VR 시장이 2025년엔 126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AI 분야가 61억달러, 로보틱스 31억달러, 블록체인이 6억달러 등으로 뒤를 이었다.
라스베이거스=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