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맞이한 포시마크 "패션 중고거래시장 글로벌 리더 되겠다"

입력 2023-01-15 15:00
수정 2023-01-15 15:03

"네이버가 인수협상을 위해 처음 포시마크를 방문했을 때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커머스 쇼'와 사용자 온오프라인 모임인 '포시파티'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해온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네이버의 기술을 결합해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에 힘을 합칠 수 있겠다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북미 최대 패션 중고거래(C2C·개인간거래) 플랫폼인 포시마크의 마니시 샨드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년 동안 일궈온 회사를 네이버에 매각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포시마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네이버의 기술력을 결합해 사용자 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며 "패션 중고거래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 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기술 결합 '점프 업'전세계 8000만여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포시마크는 지난해 10월 네이버가 인수를 선언하며 주목 받았다. 지난 5일 13억1000만달러(1조6700억원) 규모의 인수거래가 최종 마무리됐다.

샨드라 CEO는 이날 "전자상거래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수"라며 네이버와 향후 협업 계획 등 청사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 스마트렌즈' 기능을 포시마크에 도입해 사진을 찍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포시렌즈'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AI)이 무엇인지 검색해주는 스마트렌즈 기능을 도입해 포시마크 이용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네이버의 축적된 라이브커머스 노하우를 적용하면 현재 포시마크의 '커머스 쇼'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포시마크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공개했다. 방문 당시에도 사무실 한켠에서 이용자 2명이 커머스 쇼를 통해 옷을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편화된 서비스지만 미국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선도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네이버와 협업으로 회사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표현했다. 샨드라 CEO는 "포시마크를 처음 창업했을 때 억단위 사용자를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네이버와 파트너십 이후 목표를 수정해서 수십억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진출 계획에 대해서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다"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쇼핑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포시마크는 2011년 설립 초기부터 소셜미디어와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독특한 사업모델로 성장해왔다. 사용자들이 옷장(클로짓)이라는 계정을 만들면 지역 기반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서로의 옷장에 올라온 패션 아이템을 보면서 취향이 비슷한 사용자들과 교류하는 커뮤니티가 기반이다. 인스타그램처럼 좋아요, 공유, 팔로우 등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들이 서로 포스팅(물품 판매)을 공유하면서 거래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인스타그램, 아마존, 이베이를 결합한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이 옷장을 통해 연결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스테이시 선 공동창업자 겸 수석부사장은 "포시마크의 창립 철학은 쇼핑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판매 물품에 대해 공유를 하면서 확산되고 좋아요를 누른 사용자를 중심으로 물건이 판매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들은 공통의 취향이라는 끈끈한 유대감으로 연결됐고 회사는 사용자 축제인 '포시페스트', 온오프라인 모임 '포시파티'를 열어 커뮤니티 강화를 지원해왔다. "파워셀러는 연간 수십만달러를 포시마크에서 벌고 있다"는 게 선 부사장의 설명이다.


포시마크는 2022년 말 기준 연간 거래액 18억달러, 매출 3억2600만달러의 전자상거래기업으로 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3분기 누적 거래액 14억5250만달러, 매출 2억6840만달러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활성 구매자는 81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으며, 이들이 남기는 좋아요, 공유 등 소셜 인터랙션은 626억건으로 61% 증가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 영어권 국가에서 8000여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1인당 하루 평균 25분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샨드라 CEO는 "소셜미디어와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유일한 플랫폼으로서 우리의 여정은 아직 20%도 도달하지 못했다"며 "네이버와 결합 이후 더욱 보여줄 게 많다"며 2시간여 이어진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레드우드시티=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