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다!” “옳은 말이다! 옳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가 12일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일본의 사죄와 기금 참여 같은 것에 대해 기대를 가지셔서는 안 된다”고 밝히자, 방청객 곳곳에서 이 같은 고성이 쏟아졌다. 찬·반 의견이 함께 터져 나오면서 대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박 교수는 결국 마이크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국회에서 이날 열린 공개토론회는 방청객들의 고성과 항의로 시종일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피해자 측이 요구해 온 일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와 일본 정부의 사죄 표명 등이 담겨 있지 않아 반발이 특히 심했다.
전문가 패널 토론 후 방청객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시민단체 대표가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들이 모여 있는 토론회 같다”고 외치자, 찬·반으로 나뉜 방청객 간 몸싸움이 벌어질 뻔했다. 고함과 항의가 계속되자 토론회는 방청석 의견을 충분히 듣지 못한 채 끝났다.
피해자 측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잘 드러났다. 피해자 측을 대표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미쓰비시중공업 소송 대리인단은 이날 토론회에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 명과 시민단체들은 토론회 전 기자회견을 열고 “굴욕적 해법을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도 피해자 측을 의식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얼렁뚱땅 과거사를 얼버무리는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