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요 노동조합이 오는 19일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 8곳은 전날 저녁 프랑스 정부가 정년 연장 계획을 발표한 뒤 파리에서 만나 19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8개 노조의 연합은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올렸을 때 이후 12년 만이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정년 연장 법안이 적용되면 프랑스 시민들은 64세까지 일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는 근로자 정년을 오는 9월부터 2030년까지 매년 3개월씩 늘리기로 했다. 또 2027년부터 43년 이상 일한 사람만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연금 개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사진)의 선거 공약이다. 그는 2019년 첫 임기 때 연금 개혁을 추진했으나 공공부문이 파업을 벌여 대중교통과 병원, 공항 등이 멈췄다. 이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개혁은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이 다시 연금 개혁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2019년 당시 정부에 옹호적인 입장이었던 온건 노조 노동민주동맹(CFDT)도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로랑 베르제 CFDT 사무총장은 “그 무엇도 잔인한 개혁안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10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정년 연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연방 재정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금제도 개혁이 프랑스 국민들에게 의문과 두려움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적자 확대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11일 노조의 총파업 예고에 대해 “두렵지 않다”며 “프랑스 현대사에서 연금 제도를 개혁할 때는 언제나 저항이 존재했다”고 했다.
2018년 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로 시작해 프랑스 전역으로 번진 ‘노랑 조끼 시위’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진단도 있다. 하원에서 좌파 정당들이 노조에 힘을 보태기로 했지만 연금 개혁안 입법을 막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 ‘앙상블’에 우파 성향인 공화당(LR)이 표를 더하면 과반을 기록해 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할 수 있어서다. 르몽드는 “프랑스 정부가 ‘필수불가결한 동맹’을 확보하기 위해 공화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연금 개혁안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