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CP로 눈돌리기…올해 벌써 1조1000억원 어치 발행

입력 2023-01-12 15:44
이 기사는 01월 12일 15:4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이 한전채에서 기업어음(CP)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CP 물량이 대량으로 풀릴 경우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들어 1조1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지난달 발행 규모(1조3500억원)의 80%를 넘어선 수준이다. 한국전력의 CP 발행잔액은 3조7500억원이다. 만기별로 보면 △1~10일 8500억원 △11~29일 1조원 △30~89일 1조6500억원 △90~179일 2500억원 등이다. 3개월 미만 CP가 3조7500억원 중 3조5000억원을 차지한다.

한전의 올해 CP 물량은 회사채와 비교해서도 적지 않다. CP 발행금액(1조1000억원)은 올해 들어 9일까지 발행한 한전채 규모(1조31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한전채 발행 규모가 CP 발행금액(1조3500억원)을 2조5200억원 상회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CP 발행물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많은 편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한전은 CP 3000억원 발행에 그쳤다.

한국전력이 새해 들어 CP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자금 조달 다변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전채가 전체 채권 발행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은행 대출이나 CP로 조달 구조를 변경하는 중이다. 한전은 지난해 무려 31조80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전년(10조4300억원)보다 3배가 넘는 금액이 시장에 풀렸다. 신용등급 'AAA'인 한전채가 시장 자금을 모조리 흡수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지적이 이어지자 은행 대출이나 CP 발행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한전은 지난달 CP 발행 한도를 늘리며 물량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CP 한도를 기존 3조25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린 것이다. 단기사채 한도도 5조4500억원에서 9조9700억원으로 함께 늘렸다. 아울러 최근 들어 CP 금리가 안정세를 되찾으며 발행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91일 물 기준 CP 금리는 지난 9일부터 5% 아래로 내려왔다. 한 달 전 5.54%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 50bp(1bp=0.0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시장은 한전의 자금 다변화 과정에서 CP 시장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전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과 사채는 총 14조9600억원에 달한다. 차환을 CP로 옮기게 되면 크지 않은 CP 시장에서 상당한 물량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 아울러 CP는 단기자금인 만큼 한전채보다 낮은 금리에서 발행하기 어려운 구조라 조달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전채를 찍는 방법보단 은행 차입으로 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때때로 미스매칭이 발생할 때 CP를 섞어 써서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 발행보다 CP가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다"며 "CP 시장이 안정화를 되찾는 중이지만 연말 CP 출금 수요가 많았기에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 있어 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CP와 은행 대출을 늘리려 하는 중"이라며 "한 가지 방법만 갖고 자금을 조달하기보단 여러 방식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한전채 입찰 결과 2년 만기는 발행금리 연 4.0%에 1100억원이, 연 3년 만기는 4.08%에 3300억원이 낙찰됐다. 2년 만기 기준 한전채 금리는 지난달 22일 연 4.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초 기관투자가들이 우량 채권을 대거 매수하면서 발행 금리가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류병화/장현주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