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커피 장악한 브랜드…OO을 팔았다

입력 2023-01-12 12:44
수정 2023-01-15 15:23


커피 전문점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말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739개, 가맹점 수는 1만7856개에 달한다.

커피 브랜드들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제주도에선 지역 기반 브랜드인 ‘에이바우트 커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이바우트 커피는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제주 현지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 200곳’ 중에서 무려 20곳을 차지했다(CMO 인사이트, 2022년 12월12일). 컴포즈커피(12곳), 카페 봄봄(9곳), 빽다방(9곳), 메가MGC커피(8곳) 등 다른 커피 브랜드에 비해 월등히 많다.

에이바우트 커피는 2016년 9월 개점한 한라대점 등 제주 38개 매장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50여개 매장이 있다. 전체 매장 수(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제공 시스템 2021년 기준)로는 이디야커피(3000여개), 메가MGC커피(1600여개), 컴포즈커피(1200여개), 빽다방(900여개) 등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제주 현지에서는 에이바우트를 ‘골리앗’(매장 수가 많은 유명 커피 브랜드들)에 맞서는 ‘다윗’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윗(에이바우트)은 어떻게 여러 골리앗을 제치고 ‘제주 현지인이 많이 찾는 음식점’에 월등하게 많은 수의 매장을 포함시켰을까.

우선 ‘지역 기반’이 강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제주에서 시작한 브랜드에 대해 현지인들이 각별한 애정을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기반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에이바우트 커피 운영사인 메이크어베러의 오상철 사업본부장은 ‘공간에 집중한 마케팅’과 ‘저렴한 가격’을 강점으로 꼽았다.

■ 고객의 ‘공간 사용’ 목적 충족에이바우트 커피는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의 상당수가 ‘공간 사용’이 목적이란 점에 주목했다. 카페 이용 고객들이 공부하거나, 사무를 보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한 ‘공간’으로 카페를 이용한다는 사실에 집중해, 고객을 유형별로 구분한 뒤 각 유형의 고객이 가진 목적에 적합한 공간을 만들었다.

공부와 사무를 위한 1인 좌석, 회의와 모임을 위한 미팅룸, 휴식에 적합한 소파석, 쉐어테이블 등 다양한 공간을 구성했다. 오 본부장은 “연중무휴, 오전 7시30분~오후 10시 영업이 원칙”이라며 “고객이 공간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아오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경쟁사 대비 30% 저렴한 가격에이바우트 커피는 고객이 부담없이 방문하고 오래도록 머무를 수 있게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 전략을 세웠다. 가격 민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선 모닝커피 할인(오전 11시까지 커피 1900원)과 아메리카노 묶음 할인 ‘포팩’(4잔 구매시 9900원)을 활용하고 있다.

오 본부장은 “공간을 제공하는 도심형 카페 브랜드인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탐앤탐스 등을 경쟁사로 생각하고 있고, 경쟁사 대비 30% 가량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 전략으로 고객 체류시간이 늘고 한 고객이 여러 번 구매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쟁사 대비 단골 고객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 ‘거점 오피스’ 프로젝트…사물함 ‘록인 효과’에이바우트 커피는 기업들이 자사 매장을 사무실 대체 공간인 ‘거점 오피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를 다음달에 시작할 예정이다.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의 직원들이 사무실이 아닌 인근 에이바우트 커피 매장으로 출근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출퇴근 근태 확인 시스템도 개발을 마쳤다.

공부나 사무 목적으로 에이바우트 커피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해 고객 사물함을 설치할 계획이다. 사물함으로 ‘록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소비자는 커피 전문점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고려할까.’
커피 전문점에 대한 연구들은 가격할인, 접근성(1층 매장, 5분 이내 접근 거리), 커피의 맛과 향, 실내 분위기, 서비스 품질, 다른 메뉴의 맛과 다양성 등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에 따라 어떤 요인을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지가 달라진다. 커피 전문점도 브랜드별로 어떤 요인에 더 집중할지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에이바우트 커피는 위의 요인들 중에서 ‘가격’과 ‘실내 분위기’를 선택했다. 가격은 경쟁사 대비 30% 저렴하게 책정했고, 실내 분위기는 고객의 공간 사용 목적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선택은 일단 제주도에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에이바우트의 선택이 계속해서 성공할까. ‘가격’에 대해선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 기반의 강점이 없는 곳에서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 사용 목적 충족 전략’과 ‘거점 오피스’ 프로젝트, 사물함 ‘록인 효과’ 등에서 성공의 동력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장경영 선임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를 크게 실용적 가치와 상징적 가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실용적 가치(utility value)”는 흔히 말하는 ‘가성비’와 관련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구매할 때 CPU, 하드디스크, 모니터 크기 등의 물리적 속성들을 모두 고려하고, 종합적으로 가격 대비 가장 높은 효용을 주는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는 한때 많이 언급되었던 ‘가심비’와 관련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어떤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가 상징하는 가치, 브랜드 이미지 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소비자들이 실용적 가치, 상징적 가치 중의 어느 한 가지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소비자들은 모든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어떤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지”가 개인별, 제품별, 상황별로 달라질 뿐이다.

따라서 마케터는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먼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실용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자에게 상징적 가치를 강조하거나, 반대로 상징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자에게 실용적 가치를 강조하면 제대로 전달될 리가 없다.

커피 브랜드의 경우에도 스타벅스, 커피빈과 같이 상징적 가치를 강조하는 브랜드들이 있지만, 메가커피, 더벤티, 컴포즈커피와 같이 ‘낮은 가격’이라는 확실한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최근 ‘짠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경제성을 강조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저가커피 브랜드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바우트 역시 철저하게 효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로 파악된다. “Coffee+Dessert+Space”라는 홍보 문구가 의미하듯이, 에이바우트는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이에 편안한 공간까지 추가하여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수업, 재택 근무 등이 확산되면서 낮은 가격으로 오랜 시간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마케팅의 또 다른 차별화 조건인 “선점가능성(preemptive)”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선점가능성은 쉽게 말해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를 의미한다. 이 점이 결국 에이바우트에게도 향후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에이바우트가 지금까지 스타벅스와 같은 고가의 커피 브랜드와 경쟁했다면, 이제는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same for less”, 혹은 제품 품질은 더 낮지만 훨씬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less for much less”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쟁에서 승리하고 싶은 마케터라면 이 질문에 끊임없이 응답해야 할 필요가 있다.<hr >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커피 전문점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탁자 위에 올려둔 카공족을 쉽게 볼 수 있다. 적당한 소음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오히려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단다.

공부가 아니라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마땅한 사무공간이 없어서, 혹은 이리저리 오가는 시간을 줄이려고 카페를 이용한다.

카공족이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은 다른 이용자들에 비해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 공간인 커피 전문점에서 자신이 앉은 자리를 사적 공간으로 만드는 셈이다. 이런 상황은 ‘역공간(Liminal Space)’으로 설명된다.

한자 문지방 역(?)에는 ‘안팎을 구별짓다’는 뜻이 있다. 예를 들어 심리학의 ‘절대역’에도 이런 의미의 역이 쓰인다. 사람은 눈, 코, 귀, 입, 피부 등을 통해 외부 자극을 인식한다. 어떤 사람이 외부 자극이 있는지 없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 그 사람의 자극에 대한 절대역이다. 자극의 강도가 자신의 절대역 아래에 해당하면 그 자극을 탐지하지 못한다.

역공간은 공공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장소를 가리킨다. 카페를 비롯해 PC방, 노래방, 찜질방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지만 완전한 공공 공간이 아닌 어느 정도 사유화된 공간인 것이다.

역공간과 유사한 개념으로 ‘제3의 공간(third place)’이 있다. 1940년대 미국 소도시의 드럭 스토어나 영국의 로컬 펍(pub)처럼 쾌적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제1의 공간인 가정과 제2의 공간인 일터와 구분된다.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이 개념을 접목시켜 스타벅스를 ‘집과 직장의 틈새에서 찾는 오아시스’같은 공간으로 창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카페의 역공간성을 탐구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문화적 특성인 ‘방(房) 문화’와 현대인의 사적 공간 부족, ‘이동중의 거주’를 가능케 한 디지털 컨버전스 등이 카페의 역공간성을 증폭시켰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역공간으로서의 커피 전문점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역공간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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