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아파트 집값과 전셋값 간격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역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전셋값이 크게 내린 영향이다.
12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4235만원, 전셋값은 2076만원으로 조사됐다. 매매와 전셋값 차이는 2159만원이다. 회사가 관련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아파트 매매와 전셋값이 동반 약세를 보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내린 게 격차를 키운 이유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45% 내렸지만, 전셋값은 3.91% 하락했다.
여경희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대출 이자 부담에 따른 월세 전환 증가 등으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집값이 내리면서 집주인들이 급매로 처분하는 대신 전세로 돌리는 수요도 나타나면서 전셋값 하락을 더 키웠다"고 분석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시장에 만연한 '거래 절벽' 현상은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매와 전셋값 격차가 줄면 집을 살 때 자금 부담이 작아져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여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규제 지역을 해제하고, 금융 지원,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등 정비사업 족쇄를 푸는 등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고금리, 실물경기 침체 우려 등에 매수 심리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