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소득 상위 10%(10분위) 계층의 건강보험 본인부담 상한액을 지난해 598만원에서 올해 1014만원으로 70% 가까이 올리기로 했다. 소득 상위 10~20%(9분위)와 20~30%(8분위) 계층은 45~49%, 30~50%(6·7분위) 계층은 30%가량 본인부담 상한액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정부의 의료보장 확대 정책으로 건보 재정이 구멍날 위기에 몰리면서 결국 ‘문재인 케어 청구서’가 날아오는 것이다. 고소득층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소득 10분위 계층의 본인부담 상한액은 지난해 598만원에서 올해 요양병원 입원 일수가 120일을 넘으면 1014만원, 그렇지 않으면 780만원으로 오른다. 1014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인상률이 69.6%에 달한다. 정부는 9분위는 지난해 443만원에서 올해 646만원으로 45.8%, 8분위는 360만원에서 538만원으로 49.4%, 6·7분위는 289만원에서 375만원으로 29.7% 본인부담 상한액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5분위(소득 하위 50%)는 상한액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건보 가입자가 낸 의료비가 일정액을 초과하면 되돌려주는 제도다. 최근 5년간 본인부담 상한액 최고액은 523만원(2018년)→580만원(2019년)→582만원(2020년)→584만원(2021년)→598만원(2022년)으로 2019년을 제외하면 인상률이 0.3~2.4%에 그쳤다. 올해는 본인부담 상한액이 최고 70% 가까이 오르고, 특히 고소득층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는 “저소득층에 불리한 차별을 시정하는 등 제도 합리화를 위한 취지”라며 “확정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로 촉발된 건보 재정 위기를 고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전가한다는 지적도 많다. 건보 보장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의료 쇼핑’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보 체계를 개편하는 게 정석이라는 것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