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들은 올해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3 대 1 미만을 기록해 ‘사실상 미달’인 대학 중 87%가 지방대였다. 14개 대학 26개 학과는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 올해 대입 추정 인원(고3 재학생+N수생)이 입학정원 대비 2만 명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무더기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대입 사상 최초의 일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대입이 ‘파도’ 수준이라면 내년은 ‘쓰나미’가 예고돼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달 인원이 역대 최대인 5만 명까지 늘어나서다. 입시업계에선 내년 전국 거의 모든 지방대학이 미달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역 명문대까지 후폭풍 덮친다”
출산율 급감으로 고등학교 3학년 인원은 해마다 줄고 있다. 고3 학생 수는 1999년(1981년생) 77만312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02년 59만3643명으로 급감했다. 2020년대 들어선 감소폭이 계단식으로 가팔라졌다. 2020년(43만7950명) 처음으로 50만 명대가 깨졌고, 올해 39만8271명으로 3년 만에 40만 명대까지 무너졌다.
대학가는 초긴장 상태다. 대학 입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원자가 정원을 밑돈 2021학년도에 이미 대규모 미달 사태의 후폭풍을 경험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입 결과 대학 정원의 4만586명을 채우지 못했는데 이 가운데 3만458명(75%)이 지방대였다. 당시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지역거점국립대들까지 정시 모집기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추가모집에 나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대로 가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방대학이 정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에 폭탄 떠넘기기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저출산에 따른 ‘예고된 미래’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3주기 평가를 통해 당시 대학 정원의 약 3분의 1인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문재인 정부가 대학 평가와 입학 정원 조정을 연계해온 그간의 기조를 완화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지방대 인원 감축이 지방 소멸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고강도 구조조정을 중단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4년간 대학 정원을 5만9000여 명 줄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5년간 1만6000여 명 감축하는 데 그쳤다.
윤석열 정부도 ‘대학정원 감축을 자율에 맡기겠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선언한 ‘이제는 지방대 시대’와 대학 구조조정이 상충하기 때문에 교육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먼저 죽을 사람 손 들라고 하면 누가 들겠느냐”며 “대학 등록금 동결로 정원이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대학이 자율 감축에 동참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고3 인원은 2024년 41만 명대로 소폭 반등한 뒤 ‘황금돼지띠’의 영향으로 2025년 45만2738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2029년까지 41만~43만 명을 유지하다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39년에는 20만 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잠깐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이른바 ‘데드캣 바운스’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대입 문제가 심각한 건 맞지만, 2029년까지 고3 인원 40만 명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안에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