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기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상연 서울경인아스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환경부가 특정대기유해물질로 8개 항목을 추가한 이후 수많은 영세 아스콘 업체가 불법 업체로 전락했다”며 11일 이같이 푸념했다. 현존 기술로는 환경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데다 앞으로 기준을 맞춘다고 해도 국토교통부의 입지 규제를 넘기 힘들다는 얘기다.
아스콘은 아스팔트와 자갈, 모래 등을 가열해 혼합한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말한다. 도로포장, 주차장 정비에 필수 재료로 쓰여 국민 생활에 밀접한 분야로 꼽힌다. 그간 아스콘업계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일반대기오염물질만 배출하는 시설로 인식돼 환경부의 ‘설치신고’ 인허가를 받아 운영해 왔다.
그러나 2020년 7월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당시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와 벤젠 등 8종을 특정대기유해물질 단속 대상에 추가했다. 방지시설 설치 후 배출허용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 업체만 재허가를 받을 수 있게 했는데, 현행 기술로는 PAHs 배출허용 기준치(10ng/㎥)를 현실적으로 도저히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알려달라”고 거꾸로 요청할 정도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으라는 식의 기준은 또 있다. 업체들이 정유사로부터 제공받는 아스콘 주원료 아스팔트에선 벤젠 성분이 3.11ppm 배출된다. 환경부 기준은 0.1ppm으로 기준치의 30배를 넘는다. 이미 기준을 한참 넘긴 원료를 사용 중인 탓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아스콘업계의 주장이다.
비현실적인 규제의 허들을 넘어도 또 다른 규제가 나타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을 보면, 대기 배출시설의 ‘설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공장은 계획관리 및 자연녹지지역에 자리 잡을 수 없게 돼 있다. 아스콘 공장들은 문을 닫거나 기준이 여유로운 공단으로 옮겨야 할 판이다. 비용, 접근성을 고려할 때 이전도 쉽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 지역 업체들은 불법자 신세가 된다.
문제는 대부분 아스콘 공장들이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이라는 이유로 도심지에서 벗어난 녹지 지역에 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512개 아스콘 업체 중 72%인 369개가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는 지난해 8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중소기업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건의했다. 한 총리가 “환경시설에 대한 구조적 재원 마련 등 직접 협의하라”고 지시했지만 끝내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 이사장은 “답이 없는 숙제를 내주면 어쩌냐”라며 “아스콘은 80% 이상이 관급인데 정부는 빨리 깔라고 재촉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단속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